女작가 6인의 은밀한 고백
女작가 6인의 은밀한 고백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5.3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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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테마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출간
여성 작가들의 테마소설집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가 나왔다.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다. 지난해 여름 남성 작가들이 모여 섹스를 주제로 쓴 '남의 속도 모르면서'의 여성 버전이다.

구경미(40), 김이설(37), 김이은(39), 은미희(52), 한유주(30), 이평재(53) 등 6명의 작가들이 '섹스'라는 조금은 드러내놓기 거북한 주제를 어떻게 요리해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이설의 '세트 플레이'는 고등학생들의 탈선 이야기다. 욕설과 섹스 장면이 난무하지만 삶의 비루함과 쓸쓸함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이평재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베토벤이 남긴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평을 듣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을 일컫는다. 독신주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남자와 프리섹스주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여자가 '크로이처 소나타'를 공유하면서 육체적 사랑에 이르는 이야기다.

한 남자의 독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한유주의 '제목 따위는 생각나지 않아'는 동거하는 여자의 집을 뛰쳐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동안 느낀 감정이 서술돼 있다.

유일하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김이은의 '어쩔까나'는 조선왕조실록 세종 10년에 실려있는 이야기를 소설화했다. 양반의 여식인 '가이'와 노비인 '부금'의 신분을 뛰어넘는 비극적 러브스토리다.

구경미의 '팔월의 눈'은 공장에서 일하며 사법시험을 준비중인 여자가 옆 공장의 남자와 잠자리를 한 후 그가 노동운동에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씁쓸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은미희의 '통증'은 요리를 하다 손가락을 베인 주인공이 사랑의 통증과 손가락의 통증을 대비시키며 자신의 심정을 서술한다.

이씨는 "작가들이 성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 관념을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섹스는 본능이다. 본능은 자연이다. 자연은 솔직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이 당연한 원리를 죄의식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사유를 작품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은씨는 "출판사 측에서 '내가 경험한 첫 섹스의 아찔함'을 써 달라고 했다. 그러나 황홀하고 좋은 기억이 아니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비겁하게 타협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10인10색이라는 말이 있듯 하나의 주제를 두고 각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궁금했다"며 "아름다운 성과 추악한 성의 경계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작품을 썼다"고 전했다.

섹스 자체가 주제인 테마소설집에서 많은 작품들이 소재에 머무른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이설씨는 "밥먹고 자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인간의 행위인데 주제가 아닌 소재로밖에 처리할 수 없었다"며 "굳이 '여자니까 이렇게 써야 돼' 하는 식으로 쓰지는 않았다. 여러 작가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것도 독자들로서는 의미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이은씨는 "한동안 죽음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섹스도 이 못지 않게 비슷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중요한 주제다. 삶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진실한 삶의 행위로서의 섹스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64)는 책의 서문에서 "섹스는 삶을 창조하는 힘을 육체로부터 발산하게 한다. 섹스의 판타지를 건강하게 끌어내는 일이야말로 이 책에 동참한 작가들과 독자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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