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반야용선…여수 흥국사 대웅전 계단 소맷돌의 용
여수의 반야용선…여수 흥국사 대웅전 계단 소맷돌의 용
  • 정재학 <문화유산 여행가>
  • 승인 2012.05.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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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용을 말하다
정재학 <문화유산 여행가>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신인가수 버스커 버스커의 중독성 있는 가락이 라디오를 타고 귀가에 맴돌면서 울려 퍼진다. 의도된 것은 아니라지만 지금 세계는 여수 밤바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남 여수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장장 3개월여동안(2012. 5. 12 ~ 8. 12)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 박람회가 개최된다. 세계 박람회는 동시대 인류의 가장 찬란한 문화적 발명품들을 선보이면서 인간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인류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여유롭게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한나라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특히 이번 엑스포에서는 해양과 연안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여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등 인류의 현안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의 현명한 이용을 촉구해 해양자원 고갈,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의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다양한 볼거리와 획기적인 인류의 발명품 등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된다. 하지만 그보다 여수 하면 보조국가 지눌과 이순신 장군이 중첩되는 사찰인 흥국사가 있고 이곳에서 지혜를 실어 나르는 배인 반야용선을 타 볼 수 있어 설렌다.

여수 흥국사는 여수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영취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데 '국가의 부흥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기 위해…',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나라가 흥하면 이 절이 흥할 것이다.'라는 사적기에 적힌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나라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사려가 깊은 사찰이다.

이는 고려 무신정권 시기에 당시 불교계의 병폐를 일신하고자 정혜결사라는 수행실천운동을 전개하신 보조국가 지눌이 이 사찰을 창건했다는 사실과 임진왜란이 발발한 직후에는 의승수군을 조직하여 이순신 장군을 도와 호남 수군의 본영 역할을 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더욱 흥미로운 건 경내 여기저기 용 문양 조각들이 많은 용 문화유산 명소라는 점이다. 초입부터 남달라 맨 처음에 만나는 유적이 무지개다리인 홍교다. 이 다리 홍예 아래 천장에는 용머리가 있어 계곡의 물을 굽어보며 경계를 게으르지 않고 있고 홍예 머릿돌에도 용 조각이 있어 특이하다.

하지만 대웅전의 용에 비하면 약과다. 보물 제369호인 흥국사 대웅전은 그야말로 용으로 꾸며진 배인 반야용선으로 역동적인 기둥의 용을 뱃머리로 하여 거친 바다를 건너고 있다. 또한 축대는 광활한 바다를 상징하고 있는데 축대 곳곳에 용, 거북이, 게 등이 새겨져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계단 소맷돌(사진·문화재청)에도 용이 조각되어 눈길을 끈다. 마치 거친 파도를 뚫고 반야용선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듯 표정이 사뭇 비장하고 진지하다.

반야용선은 고통의 연속인 중생을 고통 없는 피안의 세계로 건너게 해주는 지혜의 배를 상징한다.

그동안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은 인간의 편의와 수고로움을 덜어주는데 일조해 왔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바다와 땅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개발의 미명하에 파괴가 자행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흥국사 반야용선의 지혜를 교훈 삼아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여의주를 찾아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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