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을 바꿔야 '뛰는 음식값' 잡는다
단골을 바꿔야 '뛰는 음식값' 잡는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2.08 2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천안에선 김치찌개가 5000원이면 '착한 가격'이다. 천안시가 최근 물가안정 음식점으로 지정한 17곳(본보 2월 7일자 20면 업소명 게재)중 김치찌개 파는 가게가 원성동·봉명동·신당동·신부동 등 5곳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인데 천안에선 그만한 착한 가격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 인동에 본점이 있는 청주해장국의 경우 대전에선 모두 5000원인데 천안 3개 지점들은 모두 6000원이다. 다른 메뉴도 마찬가지다. 인근 도시들보다 천안 음식값이 1000원 이상 비싸다고 보면 된다. 생태찌개는 1만원, 칼국수가 6000원이다. 삼계탕에 전복을 하나 넣고 1만7000원 받는 게 천안이다.

한 지인이 칼국수가 맛있는 집이라며 천안 구성동 미소지움아파트 인근의 한 허름한 집에 데려갔다. 얇은 면발과 깔끔한 국물 맛이 좋았다. 그런데 가격을 보는 순간, 맛이 달아났다. 자장면보다 칼국수가 2000원이나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1000원만 쌌더라면…."

음식 맛은 그 값에도 좌우된다. 아무리 맛이 좋더라도 터무니없는 값을 받는다면 좋은 맛을 느낄 수 없다. 다른 이가 음식값을 내더라도 왠지 언짢다.

지난해 한 신문에서 서울의 유명 설렁탕·콩국수집의 가격을 조사했다. 설렁탕이 1만원, 콩국수가 9500원인 가게들이 있었다.

아무리 값이 비싸도 오는 손님이 항상 있는 이른바 '1군 식당'들이다. 그들은"고유의 맛을 지키려 재료 값이 올라도 그대로 쓰기 때문에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소와 달리 값을 올릴 때 1000~2000원씩 과감하게 올린다. 그래도 손님은 오니까.

천안에도 이렇게 오만한 1군 식당들이 있다. 몇몇 생태찌개, 삼계탕, 영양탕 집들이다. 이들이 천안의 음식값 인상을 주도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곳들이 가격을 올리면 동종의 다른 업소들도 덩달아 값을 올리고, 지역 음식값이 전체적으로 요동친다. 가격 인상 도미노를 불러오는 것이다.

원가 상승분이 500원일 때 고객과의 고통 분담을 위해 절반은 자신들이 감수하는 게 아니라 아예 1000원을 올려 유명세를 과시한다. "안 가면 그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천안엔 아무리 비싸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천안·아산에는 삼성전자 직원 4만명이 있다. 대다수가 고액 연봉자들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 내로라 할 맛집이 적다보니 이들 '오만한 음식점'을 찾게 된다.

천안시가 6일 1800여 시청 직원들에게 착한 가격 식당 이용을 권장하고 나섰다. 물가 주무 부서는 높은 음식값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안간힘이다. 그러나 시청 직원들 입맛도, 삼성 직원만큼이나 높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음식점 주인들은 값이 비싼 이유를 가게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값이 다른 지역보다 비싸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말에 수긍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놓은 임대료를 받는 점포 소유주나, 많은 월급을 받는 음식점 종업원이라면 몰라도 수입이 요지부동인 대다수 서민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제부턴 단골집 음식값이 오른 만큼 수입이 오르지 않는 단골 맛집을 다시 찾아 나서자. 그래야만 오만한 식당들의 음식값 고공행진을 막을 수 있다.

새 맛집을 찾는 즐거움은 쏠쏠하다. 사람들을 만나면 새로운 맛집 추천에 귀를 기울이자 . 이 말 하는 건 잊지 말자. "아무리 맛있더라고 비싸거나 불친절한 곳은 빼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