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보다 무서운 저작권법위반
곶감보다 무서운 저작권법위반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2.0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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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강연을 몇 차례 들었다. 신문과 인터넷 상의 글도 눈여겨봤다. 이들 강연과 글의 공통된 걱정은 주로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경우 우리나라를 국제법정으로 끌고 간다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향후 개방의 폭을 현재보다 좁힐 수 없다는 역진방지장치(ratchet조항), 수도, 전기, 교통요금 등이 폭등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공기업민영화, 복제약을 살 수 없어 엄청난 약값을 부담할 것이라는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조항 등에 집중되고 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협정이니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국민들의 실생활에서 당장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중요한 논의가 빠져 안타깝다. 바로 저작권에 관한 사항들이다. FTA가 아니라도 이미 저작권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의 부모와 중소상인 상당수는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청소년들이 거의 제한 없이 음원이나 영화 등 동영상을 인터넷상에서 내려 받거나 주고받는 상황에서 음원 등의 저작권을 가진 사람이 법무법인과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들이 수사기관에 불려가거나 형사처벌을 받는 것을 우려한 부모들은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저작권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과 합의를 해야 한다.

중소상인과 작은 업체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 상에서 손글씨나 글자체를 제한 없이 내려 받도록 만든 다음 내려 받은 서체나 글꼴을 이용하여 상품 디자인이나 업무에 사용할 개연성이 있는 업체를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이다. 이들은 잠시 방심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만 민형사상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복제 프로그램 문제는 초기에는 약간의 손해배상과 프로그램 구입 등을 합의 조건으로 하였으나 현재는 엄청난 금액의 합의금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까지 통계를 보면 이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얼마나 우리 생활을 곤궁에 처하게 할지 가늠하게 한다. 지식재산권범죄 중 저작권법위반 발생 현황은 2005년 1만1182건에서 2009년 5만9586건으로 5배 이상 폭증하였다. 지식재산권범죄 중 저작권법위반이 86.5%를 차지한다.

이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청소년들에게 심각하다. 소년 특별법범 중 도로와 교통 관련이 65%이고 그 다음으로 저작권법위반이 25%나 차지하고 있다.

특히 16~17세 청소년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법무부가 범죄백서에서 밝힌 것처럼 2008년 7만9239건을 기록한 것은 일부 로펌 등의 기획성 고소·고발 때문이다. 이를 인구로 나누어 본다면 한 해에 600명 당 1명이 고소·고발된 것이다.

저작권법은 지난 2008년부터 한미 FTA 국내이행을 위하여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5차례나 개정되었다. 내용도 종래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던 내용보다 훨씬 복잡하고 생소하다. 현재 상황도 이렇게 두려운데 우리나라보다 몇 배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저작권을 우리에게 들이댄다면 장래의 상황이 어찌될지 아뜩하다.

자치단체 차원의 FTA 대책단이 꾸려졌으면 저작권법에 대한 홍보를 조속히 시행하여야 한다. 좀 더 적극적 대책을 주문하자면, 중소상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콘텐츠에 대하여 지방정부나 각종 기금 등에서 창작물창고를 만들어 무상으로 마음껏 사용하도록 하면 좋겠다. 학교와 교육청도 청소년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음원이나 영상의 저작권을 확보하여 공동창고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지난해 겨울 성탄절이 되어도 상가에서는 저작권법이 무서워 음악조차 크게 틀지 못했다. 사회전체의 분위기조차 냉랭해진 것을 경험했다. 적극적인 대책이 없다면 FTA 파고가 우리를 덮치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스스로 황폐해지고 무기력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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