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책임성 논의 필요하다
고등교육 책임성 논의 필요하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2.05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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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1963년 이래 자율 협찬금 성격의 후원회비, 사친회비에서 유래된 기성회비는 지금까지 수업료의 한 부분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기성회비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기성회비 폐지 및 납부거부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사립대들은 1999학년도 2학기부터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통합고지하고 기성회를 해산시켰었다.

그러나 국립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이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의 묵인하에 편법 기성회비로 지금까지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온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국립대 기성회 회계 소송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편법(便法)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 묵인(默認)은 '모르는 체하고 하려는 대로 내버려 둠으로써 슬며시 인정함'이라는 뜻이다. 이 둘을 섞으면 법대로, 규정대로 안되니까 슬쩍 눈속임을 하는데 그 짓거리를 알면서도 모르는척 해준다는 것이다.

국립대의 기성회비만을 놓고 보면 정부가 편법과 묵인을 50여년 동안 해온 것이다. 그동안 국립대 운영비용을 변칙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해 오면서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스스로 대국민 신뢰를 실추시킨 것이다.

정부(政府·government)는 국가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기관을 말한다. government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조정해 법률·정책으로 변환하거나 또는 법률·정책을 집행해 분쟁을 조정하는 기능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다시말해 법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법의 집행을 통해 국민들이 질서 속에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중 하나다.

때문에 정부는 그 어떤 기관보다도 법을, 규정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그래야 그를 믿고 국민들이 질서속에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않으면 무질서로 인해 정부가 전복된다. 때문에 정부는 정해놓은 법이나 규정을 벗어난 편법을 동원해서도 안되고 또한 그를 묵인해서도 안된다. 당연히 편법임이 드러나거나 확인되면 즉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게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50여년 동안 편법을 묵인해 왔다는 사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이 안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기성회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만큼 학생들에게 돌려주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은 앞으로 전개될 상급심 판결과 관계없이 대학이 편법을 동원했고 그를 정부가 묵인했다는 것 만큼은 바뀔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때문인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공립대 기성회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혔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 그는 기성회비 1심 판결과 관련, "확정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기성회 회계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립대의 등록금 중 약 90%에 이르는 기성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10%에 불과한 수업료를 대폭 올리는 것이며, 이는 곧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통합해 다른 명칭의 등록금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사립대 등록금 구조를 본뜨는 것인데 이 또한 국립대가 '편법 징수'라는 굴레만 벗을 뿐 학생과 학부모 부담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단계 공교육비 정부부담률은 OECD 평균 60%에 불과했지만, 민간부담률은 OECD 평균의 무려 네배에 육박했다. 우리 정부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볼때 기성회비 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돼야 하며, 이를위해 OECD 국가에 걸맞는 정부의 고등교육 책임성 확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제기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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