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시위와 나꼼수
비키니 시위와 나꼼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2.02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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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부장)

영하의 겨울날씨 속에 때 아닌 비키니 시위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 시위문화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 더한 것인지, 여성의 몸매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비키니 시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십성으로 전하는 언론매체들의 보도마저도 후끈하다.

비키니 시위는 한 여성이 수영복을 입고 자신의 몸에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기원하는 문구를 적은 뒤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 '1인시위 인증샷' 코너에 올리면서 발단이 됐다.

이 여성은 "타고 난 신체적 특성 탓에 다소 선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점 미리 양해 부탁한다"면서 비키니를 입고 가슴 부위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고 적은 문구를 적은 채 엄지를 들어보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여성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찍은 상반신 사진에 '수감번호 271, 나와라 정봉주!!'라는 문구를 덧입힌 채 1인시위 인증샷을 올리는 등 젊은 층의 가슴시위가 이어졌다.

서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장면들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이색시위라는 시각 속에 흥미거리로 지나치는 듯했다.

논란은 나꼼수에서 터져나왔다. 나꼼수 패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공개된 방송에서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한 말이 화근이 됐다.

또 패널 주진우 기자도 정 전 의원이 수감된 충남 홍성교도소에 낸 접견 민원인 신청서에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을 쓴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려 성적 비하 발언이라는 화살을 받으며 나꼼수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있다.

비키니 사태를 둘러싼 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 사회 안에는 여러 개의 시각이 존재한다. 과거와는 달리 여성들의 과감한 시위문화가 당당함으로 인정되는가 하면, 철없는 여성들의 노골적인 성 드러내기란 시선도 동반한다.

여기에 나꼼수에서 빚어진 성적 비하 발언은 남성들의 마초이즘과 함께 인기를 등에 업은 나꼼수 출연진들의 지나친 자만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일각에선 아나운서들에게 집단모욕죄 소송을 당한 강용석 의원과 춘향이 발언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은 김문수 의원을 비교하며 나꼼수 패널들의 성적 비하 발언 수위를 지적하고 있다. 성비하 발언에 대한 잣대의 형평성도 도마위에 올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톡톡 튀고 속 시원한 토크로 현재를 진단해 시민들의 갈채를 받았던 나꼼수도 결국 말로 스스로의 굴레를 만든 셈이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1인 시위도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비키니를 입었다고 해서 법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자유이다. 문제는 공인이라는 점이다. 거침없는 독설도 중요하지만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공인으로의 역할일 것이다. 나꼼수의 탁현민 교수의 지적대로 '차이로 흔들리는 모습, 오해로 흔들리는 모습, 질투로 흔들리는 모습, 이해 못 해 흔들리는 모습'일지라도 말이다.

더불어 이번 일을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중적인 개념이나 시각으로만 치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스스로 사회 내부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 가치관의 혼란과 혼재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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