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본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
드라마로 본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2.0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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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늦은 저녁상을 물리고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니 낯익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항우, 유방, 장량 등. 샐러리맨들이 살아남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모습을 초한지에 빗대 유쾌하게 풀어낸 드라마다.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드라마 속에서 유방이 살려달라며 복도에서 항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는 장면은 초한지에서도 유방의 인물됨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많이 애용된다. 천하의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두 사람을 놓고 한 국가의 군주나 조직의 수장이 가져야 하는 리더십의 비교 대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두 사람의 출생배경과 용병술 그리고 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사뭇 달랐던 까닭이다.

항우를 일러 흔히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말을 한다. 귀족태생에 힘이 장사고 용기가 세상을 덮고도 남음이 있지만, 결국은 해하전투(垓下戰鬪)에서 초나라 노래가 사방에서 들려오자 군인들은 포위되어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 전의를 상실하고, 항우는 사랑하는 우미인과 명마(名馬)인 오추마를 보며 '오추마는 가지 않으니 내 너를 어찌한단 말인가? 우미인아! 우미인아! 내 너를 어찌할꼬'라고 하며 고향으로 돌아가 권토중래할 것을 종용하는 병사들에게 고향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자결로 생을 마친다. 반면 유방은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천하를 품었지만, 과거의 유방은 저잣거리에서 건달노릇을 했고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선 남의 가랑이 밑을 지나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겼다. 자기 능력이 부족한 줄 알기에 남의 말에 경청할 줄 알고, 힘이 부족한 줄 알기에 힘 있는 자를 곁에 두어 중용하고, 지혜가 부족한 줄 알기에 장량 같은 책사(�-�)를 모실 줄 알았다.

유방의 승리를 놓고 사마천은 사기(史記)의 고조본기(高祖本紀)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본영에서 지략을 짜고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점에서 나는 장량(張良)에 미치지 못하고, 내정의 충실, 민생의 안전, 군량의 조달 및 보급로의 확보라는 점에서 나는 소하(蕭何)에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백만이나 되는 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며 승리를 거두는 점에서 나는 한신(韓信)에 미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나를 능가하는 걸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걸물들을 적절하게 기용할 줄 알았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천하를 얻은 단 하나의 이유이다."

유방은 천하의 패권을 잡기 위한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그에 맞는 인재를 알아보고 역량과 소질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무한한 신뢰감을 보였던 것이 천하를 얻을 수 있는 유방의 장점이었다.

반면에 항우가 초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음에도 서른둘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재를 구하지 않아도 앞다투어 찾아오니 인재를 신뢰하기보다는 자만과 독선으로 일관했고, 사람들을 선별해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항우의 부하였던 한신부터 개고기를 팔던 번쾌, 저잣거리 건달 왕릉, 마부 출신 하후영 등을 인재로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등용한 유방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훗날,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로 창업 일등공신을 물리치지만, 출신성분과 당파를 초월한 때론, 적군에서 자기편으로 투항한 사람조차 능력이 있으면 과감히 발탁한 유방의 용인술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한비자는 유능한 리더를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엄격히 하고 자신의 능력은 물론 타인의 능력과 힘 그리고 지혜까지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재창당을 천명하며 당명을 바꾸고 인재를 찾는 현재의 각 당이 깊이 있게 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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