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삼겹살과 물타는 해장국
불타는 삼겹살과 물타는 해장국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1.2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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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열린 텔레비전 토론에서 사회자가 후보들에게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내심 긴장하며 후보들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내가 해주는 된장국이 제일 좋다는 멋쩍은 대답에 허망했다.

몇년 동안 지역의 음식문화에 관한 정책은 보나마나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를 정도로 청주 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그런 음식이 있다고 확신한다. 청주에는 활발한 도보여행과 맛집 모임이 있다. 이분들과 함께 청주의 아름다운 길 걷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청주의 대표적인 음식을 두가지 꼽아보자고 했다. 단연코 돼지고기와 해장국이 앞섰다.

청주의 돼지고기 역사는 연탄불 위에 둥근 탁자가 떠오르는 시오야끼부터 시작한다. 뒤이어 등장한 동그란 양념 삼겹살과 김과 야채와 약간 남은 고기로 밥을 볶아 먹는 방식은 현재 삼겹살 코스의 효시(嚆矢)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후 생삼겹과 목삼겹, 목살 등을 유행시키며 전국의 삼겹살 문화를 선도했다고 한다. 현재는 짜그리란 이름으로 찌개 분야도 발전해서 돼지고기를 조리해 먹는 종류도 청주지역이 가장 다양하고 수준이 높단다. 삼겹살 거리를 조성한다는 정책은 뒤늦게나마 환영할 일이다. 다만 붐을 일으키고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방법, 서울에 분점을 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하는 일, 축산농과 협업하는 방법 등 다채로운 행사와 더불어 체계적으로 시민과 더불어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해장국의 전설을 되살리는 일이 남았다. 서문해장국의 콩나물해장국은 이제 역사 속에서 희미하게 기억된다. 하지만 서문다리 주변의 해장국거리는 아직도 몇몇 집이 남아 명맥을 이으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문다리와 쌍벽을 이루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자랑이 되었던 해장국이 남주동 해장국이다.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모시고 갔던 곳이다. 외지 분들이 감탄을 하던 해장국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죄스러운 일이 되었다. 통탄할 일이다. 민간에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업체는 슬그머니 영업을 재개했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은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자본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규범 등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말한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자본이 든든한 사회라면 술에 물탄 듯이 슬그머니 영업을 재개하거나 법정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기 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

그간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음에도 신의를 저버린데 대해 깨끗이 사과하고, 사과의 뜻으로 시민들이 수긍할만한 장학재단이나 복지재단에 상당한 금원을 기탁하는 것은 어떠한가? 시민단체와 원로들께선 이들의 사죄를 받아들이고 청주의 자랑으로 거듭나도록 따끔한 질책과 훈계로, 그리고 장래를 위한 반성의 거울을 만들어주면 안 되는 것인가?

미식견문록으로 돌아가자.

사람을 고향과 이어주는 끈은 여러가지가 있다. 위대한 문화, 웅대한 국민, 명예로운 역사. 그러나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과 더불어 위(胃)에 닿아 있다. 삼겹살과 해장국이 우리의 자랑이 되게 하자. 청주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되게 하자. 이미 대전에 가면 청주해장국이 성업 중이고 유명브랜드가 되었다. 서울에도 부산에도 청주삼겹살과 청주해장국이 유행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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