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천안의 비룡승운을 꺾을소냐
누가 천안의 비룡승운을 꺾을소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1.16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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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천안시가 위기다. 연초에 큰일이 터졌다. 감사원의 지방재정 감사 결과가 천안시를 뒤흔들고 있다. 시가 수년간 회계 조작으로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다. 시 행정부의 도덕적 타락상을 보인 꼴이다.

용의 해를 맞아 비룡승운(飛龍乘雲) 즉, 용이 구름을 타고 나는 듯한 발전을 기원하던 천안시에 초장부터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 시민단체는 천안시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시장을 물러나게 하는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민통합당은 기회를 만난 듯 한나라당 소속인 시장을 향해 맹포격이다. "시장은 연임을 위해 선심성 행정을 진행하고 적자 사실을 감추려 비밀리 (분식회계를) 추진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무능한 행정력과 시민을 기만한 행태가 꼼수를 쓰다 만천하에 드러난 나쁜 지방정부의 표본"이라고 규정했다.

16일 성무용 천안시장이 시의회서 "시정 책임자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단서가 붙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으로 지방재정을 위협하는 여러가지 요인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들어오는 돈이 적은 줄 알면서도 '주요 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이유를 묻는 데 '어쩔 수 없는 적자였다'고 동문서답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경기 침체에 따른 세입 감소가 유독 천안시에만 닥친 일인가. 5년간이나 회계 조작을 계속 하면서 흑자로 꾸밀 정도로 시는 경기 분석에 둔감했는가.

천안시는 지난해 참담한 일을 겪었다. 사무관급 이상 시 간부 4명이 수뢰성 비리로 구속됐다. 시 사업을 미끼로 4억8000만원을 챙긴 최모 과장이 시민들을 울분에 떨게 했다. 돈을 크게 챙길 자리에 가기 위해 비서실장 등에게 수천만원 로비까지 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경전철과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

천안시가 오랫동안 준비한 두 대형 사업이 동반 추락의 길을 걸었다. 타당성 용역비와 추진기관 운영비로 수십억원을 날린 뒤였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한다. 용인시가 섣불리 경전철을 만들었다 천문학적 피해를 입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천안은 지난 10여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한 도시다. 2005년 인구 50만명을 넘겼고, 올해 6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시 예산은 2004년 이미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요즘 슬럼프다. 몇년 간 아파트 신축이 이뤄지지 않고 산업단지 분양률도 저조하다. 기업 신축 및 증축에 대한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천안을 찾던 기업들이 크게 줄었다. 대행 사업도 연이어 헛발질이다.

그러나 천안이 어떤 곳인가. 930년 고려 태조 왕건이 "천하(후삼국)를 편안케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도시다.

지세는 오룡쟁주(五龍爭珠:다섯 용이 구슬을 차지하려 다툰다) 형세라고 했다. 그 결과 왕건은 천안을 교두보로 실질적인 첫 민족통일을 이룩했다. 현재도 천안지명 50개에 용이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집계된 연말연시 천안시 이웃돕기 성금액이 목표(5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8억7000만원이다. 기업인·시민·학생 등 천안 시민들 열정이 느껴진다. 지난 13일 시홈페이지엔 서북구청 정은태씨를 칭찬하는 시민 글이 올랐다. 17년간 풀지 못한 지역 숙원을 해결해 준 것이다.

천안은 시장과 간부 공무원 몇몇이 책임질 곳이 아니다. 시민ㆍ공무원들이 사랑과 열정으로 비룡승운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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