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표상
공직자의 표상
  • 안병권 기자
  • 승인 2012.01.1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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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병권 부국장(당진)

'조선의 킹메이커'는 조선의 군주를 더욱 빛나게 해준 킹메이커들의 삶을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은 '8인 8색 참모들의 리더십'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부제처럼 '킹메이커'라기보다는 '참모'라는 의미로 8명에 대한 이야기다. 정도전, 하륜, 황희, 신숙주, 조광조, 유성룡, 최명길, 채제공 등 8명의 참모들이 보여준 시대정신과 리더십을 통해 21세기형 킹메이커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황희는 조선 초기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노력한 유능한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청백리의 전형으로서, 조선왕조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재상으로 꼽히고 있다. 성품이 강직·청렴했으며, 사리에 밝고 정사에 능해 역대 왕들의 신임을 받았지만 때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왕과 다른 대신들의 미움을 사서 좌천과 파직을 거듭했다.

황희 정승 일생의 '옥의 티'로 불리는 두 가지 수치는 바로 고려가 멸망하자 과거 고려의 신하 72명이 살던 두문동에서 나온 것과 제주 감목관 태석균의 감형을 사사로이 청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는 청백리 표상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황희는 세종의 아량과 배려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황희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꼼꼼한 군주의 실무형 참모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은 군주의 완급을 조절한 '수용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연공과 서열을 파괴하고,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는가 하면 작은 허물은 덮어주고 강온 전략으로 오늘날 소통의 달인에 등극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다산 정약용은 조선 사회가 절박하게 요구하는 변혁의 방법과 방향을 제시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실행만이 가장 높은 인격임을 의식하고 공정·평등한 세상을 꿈꿨다. 정조가 더 오래 살고, 부국강병을 꿈꿨던 조선의 천재 정약용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가 더욱 희망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논리를 재창조해 낸 독창적 사상가다. 그는 당시 사회적 상황에 필요한 사상뿐 아니라 국가정책을 변혁시키고자 새로운 논리체계로 골격을 만들었다.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지식을 자랑했던 정약용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하나 둘 나올까 말까하는 천재였다. 하지만 그를 무려 18년 동안이나 유배시켰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산 정약용은 실행과 실천만이 가장 높은 인격이라는 의식, 법과 제도의 개혁을 통한 부패방지의 실현, 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통한 국부의 증진, 이 세 가지의 개혁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지향했다.

당진시가 지난 5일부터 각 부서에 황희 정승과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를 게시했다. 황희 정승의 정직과 청렴을 배우고 다산 정약용이 실천한 공복의 자세를 따르자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이철환 시장이 발의한 것으로 모범적인 공직자의 표상을 제시해 시 승격에 따른 공직자로서의 다짐을 되새기고 항상 시민을 위하는 행정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청렴과 신뢰도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한다는 질책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절박한 심정의 자세와 실천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뛰어난 주군의 뒤에는 뛰어난 참모가 존재해 왔다. 뛰어난 참모는 그를 알아보는 주군이 있어야만 존재감이 빛을 발휘했다. 시공을 초월해 황희와 정약용의 유연한 사고를 제대로 읽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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