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
기도 1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2.28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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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텅 빈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텅 빈
들녘 같기도 합니다. 하늘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날으는 몇 마리의 나비를 두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든지 마음대로 하
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어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 한 해를 갈무리하는 마음이 빈 항아리와 같습니다. 흘러간 시간은 꽃향기만 남기고 텅 빈 것들만 안겨줍니다. 일 년의 결과를 달게 받는 심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다가도 무심한 하늘에 괜스레 투정도 부려봅니다.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도 내려져야 할 지금. 혹독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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