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2.23 0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안 도 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 겨울 강가에 서면 소리없이 강물로 날아드는 생명이 있다. 수면에 부딪히며 차분차분 동질성을 찾아가는 눈송이와 새털 같은 생명을 온몸으로 받아낸 강물이 뒤척이며 흐른다. 눈과 물, 하늘의 저 끝과 땅의 이 끝이 완전하게 합일을 이룬 겨울자리 위로 깨어질 듯 투명한 세상이 시리게 피어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