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 강가에 서면 소리없이 강물로 날아드는 생명이 있다. 수면에 부딪히며 차분차분 동질성을 찾아가는 눈송이와 새털 같은 생명을 온몸으로 받아낸 강물이 뒤척이며 흐른다. 눈과 물, 하늘의 저 끝과 땅의 이 끝이 완전하게 합일을 이룬 겨울자리 위로 깨어질 듯 투명한 세상이 시리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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