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체납' 민간위탁이라도
'지방세 체납' 민간위탁이라도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12.13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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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충북도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제히 지방세 체납자들을 공개했다. 고액·상습 체납자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 주소를 관보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인데 지자체들의 재정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자료를 보면 3000만원 이상 체납자만 전국에 1만 1000명에 달한다. 체납 세금 규모 역시 1조 5318억원에 달한다.

충북의 경우 체납자가 231명에 257억원에 달한다. 개인이 110명 95억6400만원이고, 법인은 121개에 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체납 규모 추이를 보면 지난해와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3000만원 이상 개인 체납은 지난해 29명에 29억 3100만원 규모였던 게 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법인 역시 지난해 92억원(25개)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 확인된다.

자치단체 세무부서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가 세입을 확대하는 것이고, 체납을 줄이는 것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는 급여를 압류하거나, 해외여행 제한(출국금지 요청) 등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압류 전 예고 조치를 통해 월급여의 일정액을 분납 형식으로 받아내기도 한다. 자동차세의 경우 번호판을 영치하거나 차량을 압류하는 일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지방세와는 조금 다르지만 불법 주정차 과태료에 대해서는 10년 전 사안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며 모두 추적해 받아내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이런 사례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이나 사업자의 경우인데 대부분 '생계형 체납자'여서 사정이 호전되면 징수에 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사업체를 고의로 폐업·부도 처리한 후 재산을 은닉하는 악성 체납 사례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전국 사례를 보면 혀를 찰 만하다.

7000여만원을 체납해 놓고 감정가격만 1000억원대에 달하는 미술관을 인수한 건축업자도 있다.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려 주소를 옮겨다니며 추징을 피했다고 한다. 재산세 등 39억원을 체납한 후 주민등록을 말소시킨 사례도 드러나는 등 고의 체납 사례는 갖가지이다.

소액 체납자들이 급여까지 압류당해 일정금액씩이라도 체납을 해소하는 사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유형인 셈이다. 행정기관이 다양한 체납액 환수 방법을 동원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담당 인력이 늘 부족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래서 체납 징수 업무를 민간에 맡기는 방안도 일정부분 설득력을 지닌다.

10여 년 전 IMF 직후 농협이 악성채권(대출금)을 채권추심회사에 넘겼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중도 포기한 일이 있다. 농협의 경우 추심 대상이 대부분 농민이었던 점에서 문제가 됐지만, 세금 체납은 달리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세금을 내는 일이 국민의 의무인 데다 고의 체납하는 사례도 많아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세금체납에 대해서는 사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받아 내라는 게 일반적인 국민 정서 아닌가.

추심업체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고, 추심과정에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 신용정보 유출 방지나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만 마련되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일이지 않나 싶다. 추심 대상을 법인에 한정한다든지 방법은 있을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하겠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 누구든 납세에 대해 스트레스는 있다. 그러나 체납·체납자에 대한 스트레스는 정도가 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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