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2
늦가을 2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2.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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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정 진 규

  햇볕들이 기력이 딸리는 모양이다 땅에 와 닿고 있는

시간이 짧다 숲이 빨리 어두워진다 길이 보일 때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등불을 켠다 못다한 일들의 가장자리로

스며들기 시작한 어둠과 조금 남은 날빛들이 서로 섞여

수군거린다 마무리가 깨끗지 않군, 풀어진 볏단들을 그

들이 묶어놓고 있다 자리 보전하고 누우신 아버지, 기침

소리가 차갑다


 태양의 언어가 단문장으로 끝나는 계절입니다. 늦가을 숲도 덩달아 길의 흔적을 지워내며 짧아집니다. 어둠이 배경이 되어가고 있는 들녘 한가운데. 남은 볕자락이 반짝, 사금파리로 흔들립니다. 우주의 순환은 이리도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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