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성선경>
자식이라는 게
젖을 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새끼라는 게 제 발로 걸어
집을 나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시도 때도 없이
- 아버지 돈
그래서 돈만 부쳐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글쎄
어느 날 훌쩍 아내가 집을 나서며
- 저기 미역국 끓여 놓았어요
- 나 아들에게 갔다 오겠어요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이제는 내 아내까지 넘보다니
- 이노무 자슥.
# 혹시나 하고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세월이 훌쩍 지나 남겨진 자리를 보면 참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자식은 커갈수록 애물이고, 자식의 키와 비례해 주머니는 자꾸 가벼워집니다. 가벼워진 게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세월은 주름진 아내의 목청까지 높여 남편의 위신마저 가볍게 만듭니다. 인생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들릴 듯 말 듯 아버지의 읊조림이 새어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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