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빛 바다같은 호수
코발트 빛 바다같은 호수
  •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 승인 2011.11.1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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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갑도의 발로쓰는 발칸반도 여행기
멋진 풍광에 가슴이 확~

길이 30km·너비 15km·수심 290km 발칸반도서 최고(最古)

파아란 하늘·초록의 나무·빨간 지붕·흰 설산… 자연 수채화

오늘 여정은 마케도니아의 보석이라 불려질 만큼 자연 경관이 뛰어난 오흐리드, 후기 비잔틴 양식으로 유명한 호반의 도시란다. 아침 7시경 콘스텐탈 호텔을 출발했다. 자연과 문화가 복합적으로 형성된 스코페를 조금 벗어나자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의 아름다움, 흰 눈 머리에 인 설산을 보면서 돌고 돌아가는 길, 봄눈을 뜬 여린 신록들이 따사로운 봄빛에 반짝이면서 가깝게 멀게 그 푸른빛을 당겼다 놓았다 한다. 또 길고 긴 산록 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초원과 붉은 지붕의 시골 마을, 모스크의 첨탑과 십자가가 나란히 있는 마을들을 보면서 다원주의 종교문화를 공존하고 사는 모습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10시 조금 지나 오흐리드에 도착했다. 바다 같은 코발트빛의 오흐리드 호수가 장관을 드러냈다. 길이 30Km, 너비 15Km, 수심이 290m로 발칸반도에서 가장 깊고, 전 유럽에서 오래된 호수 가운데 하나라 한다. 호수 일대는 약 500만 년 전에 일어난 지각 변동으로 바다 밑이 솟구쳐 오른 지형이며 해발 695m의 높은 산으로 에워싸여 있는 아늑한 호수란다. 면적은 약 350이고 1년 내내 얼음이 얼지 않으며 코발트빛의 호수는 매우 맑아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오호리드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다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1980년 오흐리드 지방의 역사건축물, 성채 요새의 잔해 등과 함께 오흐리드 호수에 살고 있는 희귀한 수생동물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오흐리드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BC 148년부터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아드리아해와 에게해를 잇는 군사와 교역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3세기에는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었으며, 10세기 무렵 제1차 불가리아제국 황제의 보호 아래 그리스도교 성당과 수도원들이 잇달아 건설되었으며, 마케도니아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려 질 만큼 동방정교회의 중심지역이었고, 현재도 800여 개의 비잔틴풍의 성상 등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구시가지로 접어들어 먼저 성 소피아성당을 찾아보았다. 아기자기한 돌담길 골목길을 조금 올라가니 전통가옥처럼 보이는 주택가들 사이에 성 소피아 교회가 나타났다. 성 소피아 교회는 11세기 초 불가리아 점령시대에 세워진 성당으로 마케도니아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와 큰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케도니아 정통 정교회의 근간을 이루는 교리를 집대성한 교회라고 한다. 오스만 투르크시대에는 모스크로 사용하기 위해 벽면의 프레스코화를 석회로 덧칠하였다고 한다. 1951년부터 복원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예수의 승천과 성모자좌상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교회가 쉬는 날이라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붉은 벽돌의 외양만 보고 돌아 나왔다.

다시 경사진 언덕길을 걸어 한참을 올라가자니 꽤 숨이 찼다. 좀 쉴 곳이 없을가 할 무렵 산 중간 허리쯤 동네 한복판에 원형 돌 계단식 좌석을 가진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로마시대에 만든 야외 원형극장이라 한다. 제일 뒤쪽 돌계단에 앉아 가쁜 숨을 돌리면서 찬찬히 구경했다. 아래쪽에 무대 설치 공간을 두고 위로 언덕 따라 타원형 돌계단으로 좌석을 만든 야외극장이었다.

찬찬히 구경한 후 일어나 성 클레멘스 교회를 찾아 나섰다. 다시 걸어 올라가니 요새의 일부인 것 같은 성벽이 가로 막고 있는 언덕까지 올라왔다. 오른쪽으로 꺾인 골목길을 따라 오르니 성 클레멘스 교회가 우뚝 나타났다. 1295년에 그리스 십자모양 평면 위에 작은 돌과 벽돌로 지은 건축물로 성모 마리아를 위해 세워진 교회라 한다. 오흐리드의 수호자로 여겨진 성 클리멘스의 유해를 안치하고 있어 성 클레멘스 교회로 불린다고 한다. 성 클레멘스는 최초의 슬라브계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했으며, 슬라브 문학의 초기 작품들을 집필했고 성 나움과 함께 그리스어 성경을 슬라브어로 번역했다고 한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경건한 마음으로 그 유명하다는 성화들도 찬찬히 살펴보면서 구경했다.

밖으로 나와 건너편 산 쪽을 건너다 보니 언덕 위에 성채가 길게 늘어서 있고 망루에 마케도니아 국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트샤르 사무엘이라고 명명된 이 오흐리드성은 10세기경 수도사였던 트샤르 사무엘에 의해 축조되었다고 한다. 둘레가 3Km, 성벽 높이 16m에 10여 개의 망루가 있다고 한다. 오흐리드를 지켜주는 성채로 각광을 받았으나 현재는 요새의 잔해로 남아 있다고 한다. 성채까지 가서 한번 살펴보았으면 좋으련만 일정관계로 건너다만 보고 가는 아쉬움이 컸다.

우리는 성 소피아 교회가 있는 쪽으로 내려와 성 요한 카네오 교회를 향하여 가기 위하여 다른 언덕길을 찾아 올랐다. 곧 오흐리드의 호수가 우리들 눈앞에 넓게 펼쳐지고 있어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성 요한 카네오 교회를 찾아가면서 보는 풍광은 호수와 어울리는 마을의 풍광이 그림같이 멋졌다. 푸르디푸른 코발트빛 호수, 파아란 하늘, 초록의 나무들, 그리고 언덕 위에 늘어선 빨간 지붕의 주택들, 거기다 호수 건너 늘어선 산들의 이마에 쌓인 흰 눈들의 설산, 너무나 색의 조화가 어우러진 멋지고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풍광에 취해 걸어오는 사이 우리들 눈앞에 절벽 위에 서 있는 성 요한 카네오 교회가 나타났다. 영화 <비포 더 레인>속의 그 교회였다. 교회는 그리 크지는 않았으나 아담하고 화려했다. 교회를 한 바퀴 둘러보고 교회 뒤 산언덕에 올라 교회를 앞에 두고 바라보는 오흐리드 호수의 그 아름다움! 오랫동안 그 아름다운 풍광이 머릿속에 각인될 것 같다.

그 교회를 내려와 호수 위에 떠 있는 유람선을 타고 또 다른 풍광을 즐긴 후 호수변 공원을 거닐었다. 잘 가꾸어진 숲에 유명한 인물들의 동상과 조각품들도 많았다. 잘 정비되어 있는 산책길에 삼삼오오 담소하며 걸어가는 오흐리드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야외 카페에서 원두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호수를 바라보고 사색에 잠겨 있는 노부부의 모습도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마침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멋져 보여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면서 기념 촬영도 했다. 오흐리드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참으로 순박하고 인정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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