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단풍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10.20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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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 안도현 -

목 놓아 펑펑 울려고
시간의 터널 무심하게 걸어왔다 
초록의 지친 나날들 
붉은 추억으로 남은 여자들
어깨 들썩이며 신명나게 
울음의 잔치 벌이고 있다
눈치코치 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고이 쟁여온 
울음 꾸러미 꾸역꾸역 꺼내놓은 뒤
명태처럼 잘 마른 몸 
또, 한기 속으로 밀어 넣는 여인들 
한 보름 가을을 활활 울어서 
닦아 놓은 놋주발인 양 
저리 반짝, 하늘도 황홀하게 윤이 난다


*단풍이 울음이란다. 그것도 여자의 울음. 눈물이 슬프지만은 않은 것처럼 울음이 어둡지만은 않다. 거리마다 가을여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토해낸 울음이 단풍으로 매달리듯, 꼭꼭 싸맸던 상처들이 묵은 시간을 지나며 꾸역꾸역 붉게 돋아난다. 몸을 통과한 울음은 그래서 붉고 신명난다. 가을남자들이여! 이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 보지 않으시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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