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찔끔 값 껑충 '애타는 農心'
물량 찔끔 값 껑충 '애타는 農心'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08.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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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추석 차례상 햇과일 못오른다
12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67·보은군 삼승면)는 모처럼 햇살이 반짝 내비친 27일 열 일을 제쳐두고 온 가족을 사과밭으로 모이게 했다.

마침 이날은 마을 앞 선산의 조상 묘에 대한 벌초가 예정된 날이어서 도시에 나가 살던 자식이며, 조카들 등 대가족이 모인 탓에 김씨는 큰 시름을 덜었다.

종손인 김씨가 미리 계획됐던 벌초를 제쳐두고 새벽부터 가족 모두를 사과밭으로 모이게 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추석을 겨냥한 사과 출하를 위해서다.

길고도 지루한 여름비로 사과 작황은 예년에 비해 어림없다.

더군다나 올 추석 역시 예년에 비해 빠른 탓에 김씨의 사과 밭은 아직 종이봉투도 벗기지 못한 사과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김씨는 우선 급한 대로 벌초는 오후 늦게이거나 다음 주로 미루기로 하고 온 가족을 사과에 씌워진 종이봉투 벗기는 일에 투입하면서 사과 수확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처럼 김씨가 사과 수확을 서두르는 것은 올해 추석을 앞둔 사과 가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3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설을 넘기고 난 뒤에도 팔리지 않은 사과가 저장고를 차지하면서 유지비용이 갈수록 늘어만 가자 김씨는 헐값에 사과를 처분했다.

이때 김씨가 처분한 사과 가격은 5kg 한 상자에 3만원가량. 그러나 이런 조바심으로 쏟아져 나온 싼 가격의 사과가 휩쓸고 지나가자 곧바로 저장사과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바람에 김씨는 두고 두고 속앓이를 했다.

김씨가 아직 시퍼렇기만 한 사과를 서둘러 출하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까닭은 이런 피해를 당하기 전에 높은 가격에 사과를 팔아넘기기 위해서다.

보은 황토사과 주산지인 보은군 삼승면의 사과작황은 현재 제대로 익은 사과를 올 추석 차례상에 올리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다.

사과가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데다 빛깔마저 시퍼런 채여서 햇사과는 구경조차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 시장의 사과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어 농민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수확시기를 앞두고 일손이 한꺼번에 필요한 것도 농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사과를 조기 출하하려는 농민들의 무리한 수확일정과 맞물리면서 요즘 농촌에는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 때문에 품삯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사과가격에 적용되면서 가격인상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요인이 되고 있다.

남보은농협 관계자는 "홍로 등 극히 일부의 조생종 사과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햇사과의 출하시기와 추석대목과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는 것이 올 사과 수확시기 조정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오랜 비로 인해 수확량조차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민 박모씨는 그러나 "요즘 사과값이 15kg 한 상자에 심할 경우 20만원을 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사과값이 급등할 경우 가격 조정 및 안정을 위해 엄청난 물량의 수입 농산물로 대체될 것이 뻔해 사과수확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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