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가을이 깊어지면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8.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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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 윤 제 림 -

학습진도 절반도 못 나간 느림보 국어 선생처럼
큰일 났다 시간 없어서, 시간 없어서.
이제 그냥 막 읽어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따라 읽거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러는 것처럼.
넘어가자. 내년에 또 배운다 하는 것처럼.
늦도록 놀던 바람은 "어서가세, 심소저" 그러는 것처럼
남은 잎새들 "아이고 아버지""아이고 청아" 그러는 것처럼



※비에 젖은 찌푸린 하늘만 쳐다보다 가을이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폭우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여름은 저만치 달아나고. 가려졌던 하늘은 어느새 높아져 쨍, 하고 깨질 듯 투명합니다. 벌써 찾아온 가을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도 바빠집니다. 잔뜩 널브러져 있는 일상의 부스러기들이 문득 큰 산처럼 부풀어 올라 분주함을 부채질합니다. 아이들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서당 훈장님, 공자왈 맹자왈 마당 가득 풀어놓고 재촉하듯 가을이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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