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반의 특별한 현충일
초록반의 특별한 현충일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연구사>
  • 승인 2011.06.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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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연구사>

나에게 현충일은 특별한 날이다. 매년 대전현충원에 제자를 만나러가기 때문이다. 일 년에 단 한 번 찾아가는 국립묘지는 6월이 되면 나도 몰래 가슴이 벅차오르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하는 딸들(7공주)과 함께 대전 현충원을 가기로 약속을 하였다. 6월 6일 현충일에 가면 대전 월드컵 경기장 마당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7공주를 데리고 가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하다. 그런데 올해는 함께 갈 동역자가 생겨서 너무 좋았다. 다름 아닌 현충원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반 친구들이 모교에 모여 반창회를 연다는 것이다.

오후 3시에 모교에 모두 모여 담임인 나를 비롯하여 친구들이 차를 나누어 타고 현충원에 있는 친구를 단체로 만나러 가기로 했다.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희한한 반창회가 열리는 금천고등학교 운동장으로 나는 서둘러 갔다. 하얀색 외제 승용차가 눈에 들어온다. 벌써 태훈이 녀석이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스승의 날에 나에게 시승식을 시켜 주면서 멋진 차로 현충원까지 모시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찍 나왔다는 것이다. 잠시 후 부 반장인 광원이, 그리고 방송국 PD로 있는 훈이, 그리고 식당을 경영하는 지현이, 영어교사로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는 윤석이, 경기도에서 회사원으로 있는 규정이 등이 합류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는 나를 보자마자 땅 바닥에서 그냥 큰 절을 올린다. 결혼도 하고 멋지게 생활하는 제자를 나는 가슴 가득히 안아 본다. 얼마나 든든하고 자랑스러운지.

규철이, 택수, 종원이, 후을이, 영교 등의 제자들은 직접 현충원으로 오고, 일 때문에 바빠서 현충원에 못 가는 사람들은 저녁에 반창회로 모이는 식당으로 오기로 하고, 현충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차량 2대는 다른 곳을 경유해 가야 했다. 바로 7공주를 모시러 가는 것이다.

7공주들은 매년 현충원에 있는 삼촌을 만나러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올해는 삼촌 친구들이 고급 승용차로 모시고 가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대전 현충원 매점에서 태극기 7개와 국화 7송이를 구입하여 7공주의 손에 들려서 18186 묘소를 찾는다. 잘 단장된 묘비들이 마치 잘 훈련된 군인들의 열병식을 보는 듯 가지런히 서 있다. 묘지 한가운데 한 젊은 청년이 환영처럼 나를 부른다. 나는 7공주를 인솔하는 것도 잊고 묘비 속을 달려서 제자의 무덤 앞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기도를 올린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친 귀한 생명이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곁에 서 있던 제자들과 7공주들도 함께 기도를 한다.

멍하니 정신 없이 한참을 앉아 있다가 7공주들이 천안함 46용사 묘를 가 보자는 말에 정신을 차린다. 주위를 돌아보니 대전 부근에 살고 있는 제자들이 더 많이 와 있다. 무덤에서 사제 간의 상봉식이 또 이어진다.

청주로 이어지는 반창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선생님께서 공부해서 남주자란 초록반의 표어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해 주셨어요. 앞으로 작지만 남을 도우며 살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였다. 그리고 작지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보내 돕고 싶다는 제자들의 마음과 함께 매년 이렇게 초록반의 특별한 현충일 모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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