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이사 사퇴 불가의 변
충북문화재단이사 사퇴 불가의 변
  • 김연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
  • 승인 2011.06.09 2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김연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

뭐든 다 생명은 다 한계가 있는가 봅니다. 새로 설립되는 충북문화재단 이사선임 문제가 충북 도민들의 초점으로 그 열기가 달아올라 식을 줄 모르더니 시들해진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전 요즈음 시간을 아껴가며 해야 할 테마의 작업이 있어 뉴스를 거의 접하지를 못하다가, 우연찮게 켜져 있던 TV를 통하여 한나라당 충북도당 간부들이 친야당 인사로 선임 구성된 문화재단 이사를 즉각 해체하라는 기자회견인가를 하는 뉴스를 보고선 퍽 의아스럽기도 하고 좀 멋쩍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나를 뺀 15명의 이사 내정자가 모두 도지사님과 같은 민주당계열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인데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 혹 몇 분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정치적 반응 치고는 좀 과민반응이고 유치한데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오후 4시, 충북문화재단 이사들의 임명장 수여가 있어 충북도청으로 갔었습니다. 저는 먼저 와 있는 당연직 공무원이사 6명과 선임직 이사 16명 등의 소속과 직위 그동안 충북 문화 예술의 기여도를 면면히 살펴보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저의 눈에는 정치성이 짙어 보이거나 도지사님의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분은 단 한 분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익히 존경해 오고 있는 네 분의 교수님과 예총과 민예총의 관계자, 그리고 문화원 임원들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누구의 말을 듣지 않았어도 충북문화재단 이사 선임을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면서 불공정하다고 저항했음은 명분이 없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듯했습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였습니다. 이젠 끝난 줄로만 알았던 충북문화재단이 임시이사회 이후 다른 방향으로 충북뉴스의 초점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젠 대표이사의 학력위조(?)건으로 불이 붙은 듯했습니다. 물론 위조는 범법이지요. 그러나 여기엔 따져보아야 할 상황의 계제가 있을 것이고, 또 어느 면에서 '이 사람은 절대 안 돼' 하는 지역의 바람직하지 못한 힘의 복선 논리가 깔려 있는 것은 혹 아닐는지 짚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에 이런 묘한 정서가 내면 깊숙하게 도사리고 있었다면 이번 충북문화재단 창립의 신선도에 흠집을 준 정의의 탈을 쓴 군소리밖에 더 되겠습니까. 물론 자기사람 챙기기와 형님 동생 선배 후배로 채워지고 능력에는 관계없이 지역패권주의에 의하여 잘못 등장한 리더로 변화의 속도가 저속인 것이 우리 문화 예술계의 지역 현실이기도 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21세기의 여명과 진보는 없고 지난 세기의 구태만 있을 뿐입니다

저 역시 '이 사람은 안 돼' 하는 넘을 수 없는 험한 산맥과도 같은 지역패권주의에 온통 뻘 칠갑을 당하며 인격이 패대기쳐지는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되새기고 싶지 않은 지난 일들 앞에서, 결국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사임한 강태재 선생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우선 열정적으로 살아온 한 인물을 무언가 석연찮은 이유로 잃었다는 데 가슴이 편치를 않습니다. 직후 한 지방신문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대표이사가 사임한 이 마당에 이사를 사임할 의사는 없느냐고요. 사퇴의 가 부 이전에 충북문화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에 심히 욕되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순수와 의지 비전을 담보로 임명권자 충북도지사님으로부터 이미 받은 임명장을 대표이사와 함께 동반 사퇴를 하라고요? 누구의 뜻과 감정으로 정치, 사상, 법적 성향이 자유로운 우리가 중원문화의 꽃씨 파종 책임을 무책임하게 거두어야 할까요. 그건 아니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