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이 효자가 된 까닭은
깻잎이 효자가 된 까닭은
  • 길기주 <금산군 농업정책과 깻잎원예담당>
  • 승인 2011.06.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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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길기주 <금산군 농업정책과 깻잎원예담당>

연작장애 때문에 같은 밭에 연이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인삼의 특성상 금산에는 인삼후작지가 많이 생겨났다. 한때 후작지 대체작목으로 약초재배가 상당히 붐을 이뤘지만 지금은 깻잎이 으뜸이다. 현재 230에 2040농가가 깻잎농사에 매진하고 있다. 1980년 초 시작된 깻잎재배는 이제 전국 생산량의 50%에 육박하고 있고 조수입도 연 330억원을 넘어섰다. 깻잎은 이미 금산지역을 대표하는 고소득 효자작물로 자리매김했다.

깻잎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깻잎은 인삼에 비해 짧은 작기를 갖고 있다. 인삼은 재배에서 생산까지 최소한 4~5년 동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깻잎의 경우 파종부터 생산까지 4개월이면 출하가 가능하다. 그만큼 돈의 회전도 빠르다. 다른 농산물의 경우 생산에서 판매까지 손수 공을 들여야 하지만 깻잎은 농가에서 생산만 하면 판매는 지역농협이 알아서 해 준다. 농가당 평균 연 매출이 2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니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의 집 장만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동차 구입 차량보험료까지 지원하는 농가도 있다고 한다.

깻잎의 품질비결은 타 지역보다 심한 일교차에 있다. 평균해발 250m로 산악지대이다 보니 주야간의 온도차가 심하다. 겨울에는 인근 대전지역보다 평균 3~4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잎이 두껍고 향이 진하며 뒷면은 붉은빛을 띤다. 품질이 다르다 보니 서울·대전 등에서 다른 깻잎보다 20~30%의 고가로 거래된다. 깻잎은 사계절 재배가 편리한 작물이다. 노지에서 주로 재배해 여름에 출하하던 것이 이젠 시설하우스를 통해 사계절 전천후 작물로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겨울철 연료비 걱정이다.

점차 지하수 고갈로 수막용수가 부족한 데다 난방용 연료 값 인상도 천정부지여서 농가들의 근심이 떠나질 않는다.

깻잎 생산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예전엔 주로 가족 노동력을 활용했지만 지금은 노령화 등 일손부족으로 외국근로자를 활용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추부면의 경우 병의원이 많은 이유는 시설하우스에서 생긴 직업병을 치유해야 할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깻잎 일이 한창일 때는 장모가 돌아가셔도 가지 못한다는 일화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나는 깻잎을 제때에 수확하지 못하면 상품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금산인구가 처음으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깻잎영농을 위해 금산에 정착한 귀농·귀촌인들의 이름도 당당히 들어 있다. 선택과 집중이 만들어낸 명품. 깻잎은 사람도 부르고 돈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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