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가야금 본향으로 만들고 싶어"
청주, 가야금 본향으로 만들고 싶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3.29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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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라이프>
가야금 명인 박현숙 서원대 교수"

"내인생은 가야금" 46년 외길 … 강단·무대 소화

매년 제자들과 연주회 개최 … 철저한 기본 강조

작년 파리공연 감동 생생… 국악발전 가교 역 꿈

한국전통음악 가야금의 뿌리를 청주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이가 있다. 가야금 명인 박현숙 서원대 교수다. 우리나라 가야금 연주자로 독보적인 자리에 있는 박 교수는 13살에 아버지의 권유로 가야금을 시작해 46년간 외길을 걸어왔다.

박 교수 스스로 "내 인생은 가야금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국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열 손가락에서 뜯겨지는 가야금 소리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그녀는 대학강단과 국내·외 공연무대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학교를 찾은 날도 서원가야금연주단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었다. 10여명의 제자들이 연주하는 연습현장을 지키고 있는 박 교수의 눈빛은 스승으로의 엄격함과 사랑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매년 제자들과 정기연주회를 갖고 있어요.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연주자들이라 연습이 쉽지 않지만 연주자로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합숙하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모두들 예쁘죠."

연습현장을 보다 불쑥 던지는 박 교수의 말 속에서 제자 사랑이 느껴진다. 이처럼 말없이 연습을 지켜보는 스승의 모습에 제자들은 연습무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악도 퓨전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연주법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어요. 예술이란 시류에 영합하다 보면 자칫 기본을 겉넘어 무대에 서는 경우도 많아요. 기본을 튼튼히 하고 기량을 쌓아야 실력있는 연주자로 남을 수 있음을 알기에 제자들에게 철저한 기본을 요구합니다."

박 교수는 연주자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이 실력이라고 강조한다. 또 실력을 높이기 위해선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단다. 서원대와 서울대에 출강 중이지만 박 교수는 자신도 학생이라 말한다.

"지금도 서울로 선생님께 연주를 배우러 갈 때면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40년을 넘게 가야금을 만졌지만 선생님이 계셔서 행복해요. 훌륭하신 선생님을 뵈면서 저도 제자들에게 그런 선생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가야금 연주자론 드물게 김죽파류와 황병기류 가야금을 전수받은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 파리 초청무대를 가지면서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농익은 가야금 현의 선율을 국경을 뛰어넘어 감동을 선사했다.

"해외 공연에서 국악을 연주할 때면 애국자가 된 기분이에요. 파리 공연에서 70분을 쉬지 않고 연주를 하면서 음악은 모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무대는 연주자에게 최고의 선물이죠."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지 박 교수의 얼굴엔 소녀 같은 미소가 흐른다. 서원대 교수로 재직하며 16년간 청주와 인연을 맺은 박 교수는 국악 발전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하는 게 꿈이다.

"청주와 가야금의 맑은 소리가 잘 어울리지 않나요 후학도 양성하며 청주를 가야금의 본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늦은 밤, 다시 연습실로 총총히 들어서는 박 교수의 뒷모습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예술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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