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인사'로 세상 사로잡기
별난 '인사'로 세상 사로잡기
  • 박미영 <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
  • 승인 2011.02.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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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박미영 <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

며칠 전 아이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굿모닝' 아저씨의 별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다.

그는 아침이나 점심, 저녁을 개의치 않고 하루 종일 한쪽 손을 반짝이듯 흔들며 '굿모닝'을 외치고 다녔다. 다소 주책스럽고 이상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에 '뭘 하는 사람일까'하는 궁금증과 함께 "왜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굿모닝'을 외칠까"하는 호기심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별난 인사를 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경찰관'인 그는 사람들과 친근해지고 싶어 하루 종일 이렇게 '굿모닝'을 외치게 되었다고 답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별난 인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과 친근한 경찰로서의 사명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건 냉담한 반응뿐이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모두가 알고 있는 '굿모닝'을 외치는 동시에 손을 별처럼 반짝이면서 인사를 했더니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기던 주민들도 어느새 먼저 '굿모닝'을 외치며 인사하고 반겨 주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저 별난 사람의 별난 인사라고 웃으며 넘기기에는 큰 교훈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의 이 별난 인사는 주변의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내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어 결국 주변의 이웃과 사람들을 살피게 만드는 커다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으며 동시에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 겹쳐져 고개를 떨구게 했다.

4년 전,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떡을 해서 아이들에게 집집마다 인사를 다니도록 했다.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며 위층에서부터 인사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이웃을 만날 수 없었다. 물론 함부로 문을 열기 두려운 세상살이를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조차 열지 않고 그냥 돌아서 버리는 모습은 실로 충격에 가까웠다.

우리의 전통적 생활 문화를 생각해 보면, 이사 떡을 돌리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 않았던가! 한데, 세상의 무관심과 불신은 이러한 풍경조차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으며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같은 작은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도 눈길을 회피하며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풍경도 그리 다르지 않다. 4년 동안 이러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먼저 환한 얼굴로 인사하고 반겨 주며 이웃의 일들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실천 활동을 지속했더라면 지금쯤 우리 아파트의 풍경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정작 나는 4년 전 당황스러운 충격의 경험을 분개했던 마음들 한편,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 또 다른 삶의 이중성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무관심과 이기적인 속성을 맘껏 누리며 살아 왔으니 그동안 내가 외쳤던 공동체성과 함께 나눔이 나의 삶 속에 얼마나 녹아 실천되어 왔는가를 평가한다면 당장이라도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으며 이러한 나의 이중적 생활을 반성하고 또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웃 공동체성의 회복이야말로 지역 안전망을 만들어 내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이루어나가는 첫걸음이기에 이웃과 사람에 대한 무관심은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관심의 높은 벽과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 버리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용기 내어 먼저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인사 나누기의 시작이 사람들의 마음과 세상을 사로잡아 잃어버린 이웃 사촌을 다시 돌려 줄 수도 있을 것이며 마을 공동체성을 이루어 나가는 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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