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의 심란한 풍경
농한기의 심란한 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2.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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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이순희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장>

신묘년 새해를 시작한 지 40일이 지나갑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복지관은 아직도 우리의 세시풍속에 따라 설이 지나야 새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합니다. 자손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정을 나누신 많은 분들의 새해인사가 어느 때보다 힘차고 정겹습니다. 역시 어르신들에게 보약은 바로 자손임을 실감합니다. 계절의 인연을 따라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아 이미 보낸 날들을 돌아보며 새해아침에 세웠던 계획과 다짐들을 돌아봅니다. 내가 상대에게 행하는 모든 것이 바로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착잡한 마음으로 고민보따리를 풀어봅니다.

노인복지사업의 주체는 노인을 포함한 지역주민입니다. 특히 농촌 노인복지의 핵심은 여성노인이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여성노인만이 남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합니다. 가부장제도가 강하게 남아 있는 농촌 등에서는 남성노인과 달리 여성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빈곤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또한 여가문화를 즐기는 부분에 취약하므로 이러한 현실을 다양한 복지정책에 반영하여야 합니다.

매년 농한기에 접어들면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유사의료기기나 건강관련 제품 등으로 뛰어난 상술을 펼쳐 엄청난 수익을 챙기는 업체들이 해마다 지역사회를 흔들고 있습니다. 노인들의 불리한 신체적 특징을 교묘히 이용하여 마음을 흔들어 놓고 상품을 안 사고는 못 나온다고 할 정도로 날마다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고 정당한 소비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쉬쉬함에도 들리는 소리는 상당부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가격이라고들 합니다. 그럼에도 홍보관의 분위기나 군중심리 등을 이용하여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술에 말려들어 자신의 분에 넘치는 상품을 충동구매하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대다수는 다름 아닌 여성노인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한바탕 훑고 지나가면 자녀분들과 언쟁이 벌어지는 등 그 후유증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분들은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이런 유통과정 등을 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라고 치부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고 있어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원리를 저버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소비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로서 바람직하겠지만 얼결에 떠밀려서 과한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할 큰 문제입니다. 피해자는 노인이기 때문입니다.

노인인구가 많은 우리 지역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주민 모두가 관에서는 '관의 입장'이 있으니까, 민에서는 '민의 입장'이 있으니까 하고 누구도 이런 현실에 함구하고 있는 상황들이 가슴 아픕니다. 누구를 위한 '관과 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각자의 입장이 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이제 지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우리지역의 개선해야 할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지역사회에서 공론화하여 노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정당한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 '모두의 문제는 어느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복잡한 유통구조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겠지만 내 부모와 내 가족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현실적 문제입니다. 복지관에서도 꾸준한 소비자 운동과 함께 농한기에 여가·문화 복지 등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인들의 복지력을 키우는 데 노력해야겠다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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