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로 개통 … '전통+퓨전' 새옷 입었다
신도로 개통 … '전통+퓨전' 새옷 입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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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주변 커피전문점 등장… 손님 연령층 다양
음식점·카페, 공연장·문화모임 공간으로 변신

식당들 웰빙음식 대처… 사시사철 '북적 북적'

청주 상당산성은 전통마을로 인식돼 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렇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상당산성 마을이 전통과 퓨전이라는 색깔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토종닭류 음식이나 동동주집이 대세를 이루던 산성동 주변에 커피전문점과 라이브카페,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곳의 식지도까지 바뀌고 있다.

상당산성의 변화의 바람은 지난 5월 명암동에서 산성동으로 신도로가 개통되면서다. 상당산성 옛길은 눈만 조금와도 통제되었지만 신도로 개통 이후 산성길은 가고싶을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도로 개통 이후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공간에서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에 맞춰 변화의 페달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당산성을 들여다 본다.

◇ 방죽 주변 커피전문점 '성업'

상당산성 남문을 지나 버스 종점이 있는 성내길에는 방죽을 바라보며 조성된 전통마을이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도 닭요리집이나 빈대떡집, 보리밥집이 주를 이뤘던 이곳에 커피전문점 '라바짜'와 '더 비'가 입점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 장사가 잘 될까 싶지만 주말이면 앉을 곳이 없을 만큼 성업 중이다.

이용 손님도 다양하다. 가벼운 등산에 나선 중장년층과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 데이트를 즐기며 호젓한 분위기를 즐기는 젊은층까지 찾는 곳이 되었다. 커피도 원두커피, 드립커피 등 전문가의 손맛에다 2000원에서 4000원까지 착한 가격이 부담없어 좋다.

'라바짜'를 개점한 이모씨는 "오랫동안 음식점으로 사용했던 공간인데, 협소하고 오래돼 지난 가을 내부 수리해 커피전문점으로 개업했다"며 "시내 커피전문점과는 다르게 자연을 느끼기 위해 찾는 손님이 많아 테이크 아웃이 많다"고 말했다. 또 "도로 개통 후 확실하게 손님들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며 "상당산성을 바라보며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데다 신선한 커피를 제공해 커피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상당산성 커피숍 애용자인 이지영씨는 "한 달에 세 번 정도 상당산성 커피숍을 찾는다"며 "커피값도 싸고, 복잡한 시내보다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며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산들바람' 문화공간으로

6년 전 산성동에 문을 연 산들바람은 당초 전문음식점에서 문화공간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송봉화 민속사진연구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지난 연말 기업이나 시민단체에서 문화모임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음식점엔 손님이 많아야 돈이 되지만 송봉화 주인장의 배려는 여느 사업가와 다르다. 공연 위주로 진행되는 모임이 시간이나 타인에 구애받지 않도록 공간을 제공해 즐겁고 편안한 모임 마당을 펴준다. 주인 입장보다는 손님으로의 마음으로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매월 정기적으로 문화모임을 운영해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음악이나 미술, 사진, 야생화, 역사기행 등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송봉화 작가는 "지속적으로 문화모임을 해 온 것이 입소문 나면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면서 "공간이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고 자체 모임을 원하는 사람들이 놀이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문화모임이라면 언제든지 개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인장의 배려 못지않게 주변 경관도 한국 정서에 딱 맞는다. 둥근 초가집을 연상케 하는 건물과 연탄과 통나무를 척척 쌓아놓은 마당은 고향집과 흡사하다.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넓은 뜰을 거닐며 담소를 나눌 수 있어 온 가족 나들이로도 안성맞춤이다.

◇ 옛 정취 가득 통기타 카페 '꾼'

산성동에서 낭성쪽으로 가다 보면 우측으로 2층 건물이 나온다. 현관 입구에 카페를 알리는 간판이 작게 걸려 있다. 숱하게 간판을 바꿔달았던 이곳이지만 최근에는 라이브 공연장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카페 '꾼'은 우선 미로 같은 내부에 놀란다. 탁자와 탁자 사이사이 진열된 물건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니 무대에 놓인 통기타와 마이크다. 40대 50대 고객을 위한 라이브 카페 '꾼'에는 여주인장의 통기타와 낭낭한 노래가 있어 즐겁다. 한 번쯤 옛 추억에 젖어들고 싶을 때, 뽀얀 유리창 안에서 흘러나오는 '꾼'의 소리는 상당산성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더 풍성하게 해 준다.

◇ 두부집 전환후 손님들 '북적'

상당산성에서 가장 불황을 못 느끼는 상가라면 종점에 위치한 전통 음식점들이다. 어머니 손맛의 두부와 빈대떡, 동동주는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가벼운 산행 후 맛보는 전통 음식맛은 등산객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 원이면 식사와 동동주, 빈대떡도 맛볼 수 있다.

주중이나 주말 할 것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웰빙음식문화에 대처해 성공한 사례다.

"도로가 개통되고, 등산 인구가 증가하면서 상당산성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주인장 이모씨는 "대부분 건강을 생각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기 위해 오시는 손님들이라 음식도 건강식을 메뉴에 추가했다"고 한다. 이어 "눈 내리면 옛길은 통제돼 사람이 별로 없어 잠시 문 닫는 가게도 있었지만, 신도로 개통 이후에는 오히려 겨울에 눈 덮인 산과 산성을 보기 위해 더 많은 등산객이 찾아와 장사하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 명암유원지~산성 도로개설

상당산성 방문객 편의 ↑

낭성지역 균형발전 효과

730억 들여 3.97㎞ 개설

총길이 2527m·터널 4개

청주 명암유원지~상당산성 간 도로는 2002년 착공해 2009년 11월말 개통됐다.

총사업비 730억원(보상비 100억원, 사업비 630억원)을 투자한 도로는 폭 20m, 길이 3.97㎞ 규모이다. 상행선 1178m, 하행선 1349m 등 총길이 2527m의 터널(4개)을 뚫었다. 터널에는 전기설비와 조명, 자동제어설비, 무인관리소, 비상방송시설, CCTV 등 안전시설을 갖췄다.

시는 일부 급경사 구간을 고려해 운행속도를 시속 40㎞로 조정하고, 과속방지턱,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개통 초기 교통사고가 종종 발생하긴 했으나 최근엔 빈도가 크게 줄었다.

명암유원지 교통량 증가에 대비하려 추진한 이 사업으로 상당산성 방문객들의 편의는 말할 것 없이 좋아졌다. 청원군 미원면 구간까지 운행거리가 10분대로 단축됐다. 또 보은군, 괴산군 화양계곡 이용 운전자들의 편의도 크게 향상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존 명암약수터~산성고개 구간 교통사고가 빈발했고, 운전자 불편도 커 대체도로를 건설한 것"이라며 "산성 방문객 편의와 동부지역, 청원군 낭성면 지역 균형발전 효과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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