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한파가 바꿔놓은 설 풍속도
구제역·한파가 바꿔놓은 설 풍속도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1.01.2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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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수준… 전통시장 매출 '뚝'·대형마트 '호황'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연초 불거진 각종 악재로 설 명절 분위기가 실종됐다는 하소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고향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자치단체까지 출현하면서 침울한 분위기는 특정지역이 아닌 전국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한쪽이 위축되면 또다른 한쪽이 호황을 맞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택배업체와 여행업계 등이 대표적이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도 명절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는 신(新) 설 풍속도를 살펴본다.

'귀성길 포기' 택배이용 선물전달… 물량 급증

설 연휴 최대 9일… 여행객 ↑ 항공업계도 특수

◇ 구제역 설 대목을 삼키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제역이 재앙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충북도내 농민들의 주름살은 예년보다 더욱 깊게 패였다.

아닌 게 아니라 설을 앞두고 27일 만나본 축산농민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설 대목은 무슨 설 대목"하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농촌에서는 구제역 확산을 걱정하는 축산농민들이 자녀들의 귀성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제수용품 구입량도 줄었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다 시장골목을 걸어 다니기보다는 따뜻한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을 찾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여기에 연초부터 수직으로 치솟아 버린 서민 장바구니 물가도 전통시장 경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 택배업게 선물수요 급증

택배업계는 쏟아지는 택배물량에 추위도 잊은 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설 명절은 선물 등 물량이 몰리는 택배업계의 대표적인 특수기. 특히 올해는 구제역 여파로 귀성길을 포기하고 택배를 이용해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급증하며, 물량 상승세가 뚜렷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특별수송기간에 처리되는 택배물량은 전년대비 15~2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직접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뵙고 선물을 전달하던 사람들이 구제역을 이유로 택배를 통해 선물을 보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택배업계는 구제역 여파로 한우 물량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택배물량이 감소할 것을 우려했으나, 오히려 가공식품, 건강식품 등의 소비가 촉진되는 등 꾸준한 물량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과 한파 등으로 물량이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물량 증가세는 꾸준하다. 고객들에게 선물 도착을 알리는 전화를 할 시간마저 부족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여행업계도 '훨훨'

구제역으로 귀경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여행·항공업계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설 연휴가 최대 9일에 달하는 것도 여행객 증가에 한몫했다.

청주지역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 상품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명절 때마다 휴가지를 찾는 실속파들이 늘긴 했지만, 올해는 유독 더 많은 것 같다"며 "아무래도 구제역으로 귀성을 포기한 젊은층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항공업계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청주~제주노선은 이미 모든 항공사가 이달초쯤 좌석이 매진됐다. 해외노선도 80%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노선이 매진되면서 벌써 보름, 하루 서너 차례 이상 제주도행 티켓을 구할 수 없겠냐는 전화를 받고 있다"며 "일부 해외노선도 거의 매진상태"라고 전했다.

◇ 호황 맞은 대형 할인마트

대형 할인마트도 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달 14~20일 이마트 모든 점포 매출은 설 선물 판매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신장했다. 3~16일까지 실시된 예약판매 매출도 20억원으로 지난해 추석 무렵 8억원보다 150% 늘었다.

1~20일까지 롯데마트 전 점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홈플러스도 10.9% 신장했다.

반면, 전통시장은 설 특수가 실종된 지 오래다. 치솟는 물가로 손님들이 짠물소비를 하면서 매출이 줄어든 데다 한파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청주육거리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모씨(52)는 "이번 주 들어 오랜만에 손님이 늘기는 했지만, 예전 같은 설 대목은 기대도 안 한다. 날씨가 추워 손님이 더 줄었다. 아무래도 대형 마트를 찾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추운 날씨로 채소와 과일을 밖에 쌓아뒀다가 피해를 보는 상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설 명절 대목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 건강식품도 유례 없는 호황

명절에는 통상 한우 정육세트나 과일박스가 인기를 끌지만, 올해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건강기능식품 쪽으로 전환되면서 관련업계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제역이 인체에 무해하지만 찝찝함과 더불어 한우와 함께 수입 쇠고기마저 가격이 치솟아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

과일도 지난해 잦은 비와 이상기온 현상으로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치솟았다. 덩달아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홍삼업계는 명절 고정고객과 함께 정육이나 과일선물을 포기한 손님을 맞아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30%이상 늘려 준비했다.

홍삼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삼 절편과 엑기스 등 기존의 제품도 잘 나가고 있지만, 항암효능을 지닌 특이사포닌 등의 함량이 높은 프리미엄 홍삼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10만원대 제품이 가장 많은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 30%이상 매출증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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