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라이프>"남성중심사회 여성 존재 보여주고파"
<여성&라이프>"남성중심사회 여성 존재 보여주고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12.14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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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물화 그리는 이은정 작가
이은정 작가(사진)의 작품 속에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종부의 얼굴에서부터 명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지폐 속에 등장하는 여성 등 다양하다.

서울 전시를 앞둔 그녀의 작업실에는 느낌과 피부색이 다른 여성들이 캔버스에 가득 그려져 있었다.

이처럼 여성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한 작가로서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자화상을 시작으로 여성을 그렸어요. 그림 속에서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한게 머리카락이었어요. 긴 머리카락의 선은 몽환적이거나 환상적인 느낌을 나타내며 여성의 내면을 담아내는 데 효과적이었어요. 이후 여성의 인물을 꾸준히 그려왔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 여성과 인물상에 주력한 그녀의 작업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초기에 그린 여성 인물화가 묵과 선으로 된 동양적 감정의 깊이가 느껴졌다면, 지금의 작업은 여성으로 태어난 이 땅의 여성상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우리나라 종부의 여인이 그랬고, 명화 속 여인상도 마찬가지다.

"종부라고 하면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후덕한 모습을 생각하잖아요. 막상 종부들을 찾아가 보니 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그분들의 모습은 책임만 주어지고 권리는 사라진 종갓집 맏며느리였어요. 그 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온 탓인지 얼굴에서 침착한 느낌이 전해지더라고요. 그러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들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림에 담고 싶다는 이은정씨의 말처럼 여성의 존재는 늘 소외되어 왔다

'눈매'에 초점을 두고 그리는 그녀의 여성상은 살아 있는 존재적 가치로 되살아나길 바라는 마음도 엿보인다.

"남성중심사회에서 타자로 인식된 여인을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세움으로써 역사 속 여성의 존재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남성의 뒤에 가려 있던 종부나 신사임당, 여인 중심의 가계도는 이런 이유이기도 하고요."

동양의 희생적 여성상과는 달리 지폐와 명화 속 서양 여성들의 모습은 신비감을 나타내고 있다.

몽환적이고 부를 상징하는 여성들을 표현하기 위해 옅은 채색과 펄가루를 덧칠했다.

"지폐나 명화 속에 나타난 서양의 여성들은 사회가 주목했던 대표적 인물들이었어요. 아름다움을 간직했거나 좋은 가문의 여성들로 이 역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이루어진 여성상들입니다. 이들 여성을 흐릿하게 인물을 그려 넣음으로써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했으면 합니다."

여성과 여성의 인물상에 천착한 그녀의 작업처럼 그녀의 작품 앞에 서서 이 땅에 살아온 여성의 존재에 대해 자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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