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기가 막혀!
땅이 기가 막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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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이순희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장>

한 해를 시작하는 설렘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빠르게 가는 시간에 야속해하고,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겸손되이 양보하지 못하고, 억울했던 일에 가슴 아파하고, 노여웠던 일에 대범하지 못함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참고 견뎌야 하는 좋은 경험임을 깨닫게 됨과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마지막 달력이 한 장 남은 이 시점에서 정신이 혼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농업을 제물로 삼은 결정적인 희생의 한 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한마디로 초국적기업과 거대 금융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차별적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사회의 공동체 및 전통사회 보호망을 모두 거두어들일 것을 강요하는 체계입니다.

오늘날 세계를 통치하는 권력은 어느 국민에 의해서도 선출된 바가 없는 초국적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세계를 누비며 무제한적 영리활동을 통해서 세계가 부유해질 것이며, 그로 인해 세계의 빈곤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지구의 반은 굶주리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필리핀 대학의 사회학자이며 세계적인 반세계화 이론가, 활동가이기도 한 윌든 벨로 교수는 오늘날 미국정부가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철저한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국제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최선의 길은 자유무역이 아니다.

한 나라가 자국의 필요와 능력이 변화하는 정도에 어울리도록 조정된 보호와 보조금의 혼합정책을 꾸준히 사용할 때에만 무역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

무역은 자유무역주의 경제학자들에게 맡겨두기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너무 중요한 사안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부유한 나라들의 농산물 시장개방의 주요 수혜자는 농업분야가 강력한(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부자나라들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농산물 수입국으로 지난 한 해에만 수입액이 45억달러를 넘었습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200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번 협상결과가 이행될 경우 해마다 3억7000만 달러씩 농산물 수입 규모가 늘어나고 우리 농업생산은 발효 이후 15년까지 연평균 6700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영국 등의 삭량자급률이 150%~200%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나마 그 대부분도 쌀입니다. 큰일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한겨울에 딸기나 참외를 먹는 일이 낯설지 않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열대과일이 비싸고 긴 수송과정을 거쳐 들어온 수입농산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리지도 않습니다. 좋은 식품이란 토지나 기후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사람들의 양심과 책임성 있는 농사의 결과물입니다.

좋은 농사는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땅에 대한 충직함과 보살핌이라는, 가치와 실천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농사는 건강한 농촌공동체를 떠나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고 삽니다.

끈끈한 인간관계에 근원을 둔 농촌공동체의 상호부조적 연결망으로 인해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적어도, 마을에서 굶어죽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고령화로 인해 농촌공동체가 위협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지만 누구도 이것을 위기로도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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