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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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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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칼럼
박미영 <서부종합사회복지관장>

두 달 전 있었던 사건이다.

길을 가던 한 남자는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어떤 가족의 웃음소리가 행복하게만 들렸다. 그는 출소한 후 살아보려 애썼지만 세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가 벅차게만 생각되었고 그런 그에게 다른 사람의 행복한 웃음 소리는 자신의 것을 빼앗아 챙긴 것처럼 여겨졌으며 세상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찬 그는 결국 한 가족의 생명과 웃음을 앗아가 버렸다.

불과 두 달 전 있었던 살인 사건이다.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술렁이게 했던 이 사건은 언제라도 이 같은 피해자가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세상을 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일명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대상을 표적으로 한다. 자신의 분노와 세상을 향한 억울함을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풀어낸다.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목숨을 잃거나 커다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입는다. 반드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무엇인가를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이미 세상의 모두가 그들에게는 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두가 자신의 분노에 대해 외면했고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았으며 자신의 소외감과 뒤처짐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에게는 그저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세상의 동조자들로서 똑같이 책임을 나눠 가진 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범죄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범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들이 우리를 또 경악하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처벌 강화만으로 이러한 현상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심화되어가는 양극화 현상과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게 되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만족을 모르는 치열한 경쟁과 다툼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 많은 것들을 쟁취하고 더 많이 앞서기 위해 때로는 절대 정당하지 않은 방법까지 서슴지 않고 동원하기도 한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뒤처진다고 느끼는 이들은 절대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거대한 벽에 눌려 자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바라보게 되고 희망을 잃어버린 벼랑 끝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원망하며 그렇게 세상에 동조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두를 자신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다. 더 강하고 더 잔인한 방법으로 나아갈 뿐이다.

때문에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는 길은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리고 살아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복지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과의 균등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기회의 균등은 보장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 적응에 뒤처지고 밀려나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게을러서나 무능력해서만은 아닌 다른 이유에 의한 불리한 상황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며 불합리한 사회적 구조와 양극화에 동조하며 사회적 문제를 확대시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문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문제가 발생되고 나서 해결하는 데 투자되는 비용보다는 예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일이다. 사회복지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안전하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선 복지적 접근을 통한 평등한 기회의 제공과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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