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에서 로컬·슬로우 푸드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다
시장통에서 로컬·슬로우 푸드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1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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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김진우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시장통 북새통'이란 재미있는 이름으로 지역의 시민사회가 제천의 동문시장에서 판을 펼치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를 목적으로 각종 공연과 벼룩장터,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이 무려 한 달여간!

동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허시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1980년대까지 전통시장으로 꽤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80년대 이후 이른바 시장현대화 정책으로 각종 난전들이 규제되면서 시장으로 규모와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다 이제는 공동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곳이다. 게다가 각종 대형마트들이 지역에 속속 입주하는 악재까지 만나고 있는 형편!

흔히 덤과 정으로 수식되는 전통시장은 단순히 소비자와 생산자, 거래자 간의 수요와 공급을 넘어 각종 정보의 교류와 여론형성, 문화성과 역사성이 함께 공존하는 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 간단한 예로 이곳 동문시장에서 만나는 학다리 전설이나 3.1 만세 운동이 이곳 장터에서 시작되었다는 문헌기록이 그걸 입증한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의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들을 살펴 보면 이러한 원래 전통시장이 지닌 다원적인 기능과 가치의 보전보다는 대부분 주차장 시설, 아케이드, 간판정비 등 하드웨어와 마트방식의 고객 이벤트에만 치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형마트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아무리 전통시장을 현대적 시설과 경영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자본의 자기증식성과 진화의 속도측면에서 절대 대형마트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사회에 번지는 로컬푸드와 슬로우 푸드 등 지역순환 자급자족 체계의 중심에 전통시장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 푸드는 가급적 생산과 소비 간 거리를 짧게 하자는 것이다. 만약 물류 거리가 길다면 생산물의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학적인 처리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물류이동에 따른 에너지도 만만치 않게 소비된다. 물류 거리에 따라 우리 인체와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대형마트가 가진 대형소비체계와 유통체계상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로컬푸드 체계라면 전통시장도 한번 해 볼만하다. 현재도 환경과 식품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로우 푸드는 마트의 기업형 대형공급체계에서 어쩔 수 없이 형성된 가공품 위주의 패스트 푸드와 달리 느림의 소비를 통한 자급체계와 순환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기업형 유통방식이 거의 배재된 자급적 방식이며, 자족적 방식이다.

지역적인 단위일수록 실현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지역의 전통시장이라면 그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소비수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로하스나 웰빙 열풍등 우리 사회의 현상을 주목하면 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로컬이나 슬로우 푸드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 역시 과거 전통시장이 담당했던 생산과 소비 체계였다. 값싼 중국산 물품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세계화로 각종 외국산 생산품들이 시장을 휘저으면서 잠시 잃어버렸을 뿐이다.

많은 지역의 시민사회와 더불어 오늘도 동문시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상인분들과 때때로 갈등도 빚기도 하고 사라진 옛 명성과 아쉬움을 곁들여 소주 한잔도 나누고 있다. 환경운동가가 전통시장에서 나대니 생뚱맞게 보는 표정들도 있지만 전통시장도 원래는 초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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