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귀뚜라미! 꼽등이 해프닝
미친? 귀뚜라미! 꼽등이 해프닝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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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김진우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젊은 누리꾼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패러디가 재미있어, 자주 들르던 어느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에 몇 달 전부터 한 곤충이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곱등이'라는 곤충이다.

'곱등이'라니! 요즘 누리꾼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재기의 빠른 흐름도 있었지만! 왜 갑자기 곤충이 등장하는지 참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그런데 이 곱등이가 '미친 귀뚜라미'라는 별명으로, 순식간에 각종 포털사이트에 검색 일순위로 등극하더니, 패러디 송이나 게임으로, 심지어 곱사모, 곱등교 등 곱등이와 관련된 카페까지 생겨나고 있다.

곱등이에 대한 루머도 확산되어 가정집에 흔히 쓰이는 살충제로도 죽지 않는다거나 곱등이를 죽일 경우 몸에 기생하는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사람에게도 옮긴다는 것이다. 물론 근거없는 말 그대로 루머일 뿐이다.

먼저 누리꾼들이 올린 사진으로 보면 '곱등이'가 아니라, 메뚜기목의 곤충인 '꼽등이'가 정확한 이름이다. 생김새는 귀뚜라미를 닮았지만 그 몸집이 길이 4~5cm로 좀 더 길고 크다. 이 꼽등이에 대한 공포감을 더욱 확산시킨 연가시도 꼽등이만 아니라, 귀뚜라미나 사마귀와 같은 다른 곤충들의 몸에서도 발견되는, 흰색실과 같이 생긴 기생충으로 아직 인체에 감염된다는 사례나 보고는 전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얼토당토 않는 루머들이 사회적 관심으로 확산되었던 현상들은 무엇 때문일까 꼽등이는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일반적으로 습한 지역에 서식하기에 야산이나 시골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곤충으로 도시환경에 쉽게 적응하기 힘든 곤충이다.

그런데 꼽등이의 서식지가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도시로 점차 옮겨오고 있어, 이전에 비해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올 7월에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한밤중 꼽등이떼 수천마리가 출현해 언론에 관심이 되기도 했다.

이런 서식지의 변화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예측하기 힘든 잦은 비로 습해지고 일조량은 적어져, 꼽등이가 서식하기 좋게 기후가 변했기 때문이다. 꼽등이만 아니라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이전에 비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중국매미나 선녀벌레도 이와 같은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흔히 재난영화에서 기본으로 각종 동물들의 집단 이상행동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한다. 드라마를 위한 과장도 있겠지만 사람의 이성적 판단보단 훨씬 더 예민한 생태계의 본능이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서식환경의 변화로 확산되었던 우리 사회의 꼽등이 해프닝을 보면서, 영화처럼 지구재난의 전조로 보이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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