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났다
축제는 끝났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0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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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도담학원장>

유럽 국가들이 수백 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이룩해낸 것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민의(民意)를 반영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단순한 명제를 실현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다.'라는 말처럼 앞선 이들의 숭고한 넋과 희생이 초석이 되어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룩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거가 있다. '법은 절대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구제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국민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죽은 것이다.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정치에 대해 냉소를 보내는 것은 권리를 주장할 기반을 스스로 저버린 것과 같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참여와 분권이다. 참여를 통한 주민자치와 분권을 통한 중앙집권의 탈피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나치게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어 주민자치의 생활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영향 아래 권력구도의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당공천제로 묶인 기초단체장들은 지역구 의원과 중앙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예속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의 현안이 이슈가 되어야만 지역주민들이 정책에 관심을 둬 투표율이 증가하는데 중앙정치의 대결양상으로 전개되는 선거가 되다 보니 무관심이 극에 달하고, 선호하는 정당에 무조건적인 몰표를 하는 경향이 짙다.

이른바 묻지마식 투표가 되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의 문제는 투표 참여율의 저조를 들 수 있다.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민들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와 더불어 참여를 통한 의사표현이 지역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당선된 단체장들이 공약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지역이 분열되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

지방의 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가 보수와 진보, 북풍과 노풍 등 이념의 대결로 치달아 지역유권자들이 지방자치제도의 취지에 걸맞은 정책선거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촉발된 북풍논란은 전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마치 총선이나 대선을 방불케 하는 이념논쟁은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선거 기간에 충청도의 군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퇴색시켜 씁쓸함마저 자아내게 했다.

아무튼, 축제는 끝났다. 다소 아쉽고 미진한 바가 없지는 않지만, 대의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지방 살림을 맡아 이끌어 갈 지도자와 그를 감시 감독할 기초의원들이 선출되었다.

표를 나누기 위해 갈라졌던 민심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우리 앞에는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남·북의 극한 대립과 그리스의 경제위기로 인한 여파가 우리 경제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극한 갈등양상을 보이는 4대 강 살리기 운동과 세종시 수정안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도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표를 받기 위해 내세운 공약들이 어떻게 실천되느냐 하는 문제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리고 주민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당선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살펴야 한다.

토호세력과 결탁해 이권사업에 개입하거나 뇌물을 수수해 표를 준 주민의 얼굴에 먹칠하는 인사가 절대 나와선 안 된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엄한 것이다. 머리 조아리며 자신을 낮추던 선거 기간의 그 마음을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간직하길 바란다.

당선자에겐 축하를, 아쉽게도 낙선의 고배를 마신 후보자에겐 위로를 보낸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를 용납할 만큼 우리 국민의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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