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제비뽑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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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도담학원장>

얼마 남지 않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사고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여 북한을 전 방위로 압박하며 UN 안보리에 회부할 것을 천명하고 관계국가와 협의에 들어갔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북 강경책을 내놓아 선거에 영향을 줄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 야당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북풍(北風) 막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에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북풍(北風)과 노풍(盧風)이 난무하고, 여덟 명을 뽑아야 하는 선거에, 선거공약과 정책은 고사하고 후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특히 정당인이 아닌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후보자는, 말 그대로 느낌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핵심이며 근간이라 할 수 있다. 민의(民意)가 올바로 전달되어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생활정치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당리당략적인 공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현안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자를 뽑아 시민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을 보면 자기 지역의 공약을 평가해서 실현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앙당의 도구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는 공직자 대부분을 제비뽑기를 통해 뽑았다고 한다. 고급집정관과 집정관 그리고 500명의 원로의원과 법정의 배심원까지도 이 방법을 통해 선출되었다.

선거로 인한 불필요한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일반시민까지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단지 재정공직자는 선출로 임명했다고 한다. 시민이라는 개념이 현재의 의미와는 다르다. 여자와 노예, 외국인을 제외한 성인 남자라는 제한은 있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고 누구나 정치기회가 주어져 참여의식을 갖질 수 있고, 연임할 수 없으니 장기집권으로 인한 독재와 부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선거제도를 통한 선출은 학력과 경력 그리고 인물 중심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것을 '귀족정치'로 본 것이다. 힘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정치에 참여하므로 시민의 의사가 배제된다.

이것은 곧 정치 무관심과 정치 혐오증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마치 부정한 청탁과 뇌물수수 등으로 기초단체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현 상황과 비슷해 시민이 정치적 냉소주의로 흐르는 것과 같다.

"정치란,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 하곤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일반 국민이 무력감을 느낀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미국의 정치학자이며 평화운동가인 더글러스 러미스의 말에 깊은 뜻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에 우리 정치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가 그들만의 놀이판이 되게 해선 안 된다. 전국에 광풍이 불어 너도나도 휩쓸려 그 속에 함몰되고 말면 민의가 왜곡되고 현실정치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토호세력과 결탁한 부정한 정치인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으며, 줏대 없이 당적을 옮기며 이력을 쌓은 정치꾼에게 우리의 살림살이를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현재 제비뽑기해서 시민 가운데서 지도자를 뽑기에는 이 사회는 복잡하고 전문화되었다. 그러므로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검증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될 수 있도록 시민의 적극적인 선거참여가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제비뽑기해서 뽑는 이만도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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