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쌀 한 알에 깃든 우주
좀쌀 한 알에 깃든 우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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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도담학원장>

현재 청주 국립 박물관 청명관에서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의 삶과 수묵전이 5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리고 있다.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네.'라는 주제로 선생의 수묵 작품과 생전에 쓰셨던 유품과 더불어 선생을 기리는 후학들과 충북지역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192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94년 5월 지병으로 작고하시기까지 삶 대부분을 원주라는 공간에 머무르며 노동자를 위한 교육과 협동조합운동을 하셨고,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3년간의 옥고도 치르셨다.

80년대 이후에는 급속한 개발과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사람의 신뢰회복을 위해 '한살림' 운동을 하셨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계로 맺어져 있다.

사람들에게 밟히는 풀 하나도 우주의 응축된 힘이 모여 생명을 유지한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며 후손들에게 건강하고 밝은 생활터전을 물려주고 농촌과 도시를 연결해 밥상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고, 더 나아가 생명을 살리자는 기치 아래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많은 회원을 두고 있다.

선생의 학문적 뿌리는 노장사상의 무위자연설과 동학의 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의 한울 사상과 맞닿아 있다.

특히 서화에도 조예가 깊어 난초를 통한 생명과 인간을 주제로 많은 작품 활동을 하셨다.

고아한 예서의 묵향도 느끼며 몸으로 인간애와 인류애를 실천하신 선생의 뜻을 새기며 총총히 돌아보는 선생의 삶은 반목과 불신으로 사로잡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빛으로 다가선다.

우리는 함께 사는 강을 사이에 두고 극한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수질개선과 안정된 물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과 잘못된 사업으로 생태계를 망쳐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견 사이에는 손톱 하나 들어갈 작은 틈도 보이질 않는다.

환경단체와 종교단체는 4대강 생명 살림 수륙대재 등 각종 집회를 통해 강행하려는 정부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달 29일 발표에 따르면 지방 선거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를 조사한 바로는 4대강 사업이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천안함 침몰사건이 24.0% 그리고 세종시 수정논란이 10.9%로 나타나 이번 6.2 지방선거에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국민의 높은 관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을 살린다는 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살린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막히지 않고 시원스레 강이 흐르고 가뭄의 피해와 홍수로 인한 범람이 없으면 강을 살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진 않다. 이것의 전제는 지나친 이기주의와 인본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강의 흐름은 단순한 물의 통과가 아닌 생명의 흐름이다. 물고기 수와 물의 탁도(濁度)가 기준이 아니라 강을 이루기 위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들의 삶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생명을 짓밟아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은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몰아붙이는 정부의 행태에 대화와 설득을 통한 공존의 가치는 없다. 자신의 호를 일속자(一粟子)라고 짓고 그 좁쌀의 낟알에서 우주의 생명을 읽고, 마음에 모셨던 무위당의 일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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