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과 여론조사
남사당과 여론조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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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기획자>

남사당으로 흔히 알고 있는 사당패는 조선시대 서민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민중 예인집단으로, 지금으로 치면 종합 유랑예술단인 셈이다.

사당패는 마을에서 놀이마당을 펼치기 위한 허락이 떨어지면 풍물을 앞세워 마을을 돌며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사전 홍보를 했다.

해체 위기를 벗어나 지난 1일 과천 서울경마장에 상설공연장을 마련한 국내 유일의 서커스단인 동춘 서커스단 역시 유랑예술단으로 출발했다. 서커스악대와 배우들이 골목골목을 돌며 풍악을 울리면 나도 모르게 뒤따라가며 마음이 들떴던 기억은 이제 쉽게 접할 수 없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사당패와 서커스단 등 유랑예술단이 사전에 풍악을 울리며 거리를 누비는 것은 당시로는 가장 커다란 홍보수단인 셈인데, 바로 밴드웨건(Band Wagon) 효과와 다름없다.

밴드웨건 효과는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행진하는 마차에 호기심을 느껴 무작정 따라가는 대중 숫자의 증가를 나타내는 말로, 처음 몇 명은 밴드를 태운 웨건을 보지만 나중에는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무작정 뒤따르는 현상을 말한다.

흥겨운 농악과 서커스단의 신나는 트럼펫 연주와 광대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거리행진에 이끌려 사당패의 연희와 서커스를 구경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밴드웨건 효과가 대중에 대한 심리교란의 수단으로 작용될 경우 소위 '묻지마 투자'와 같은 투자심리의 과열을 부추김은 물론 대중에 역행되는 극성을 띠게 됨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몇 해 전에 야심차게 창간했던 국내 한 여성잡지는 대중심리의 굴절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 잡지는 출간 전 독자들이 원하는 여성잡지의 형식과 내용, 그리고 구성에 대해 사전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잡지의 사전 시장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자의 95%이상이 유익한 내용과 정보를 구독의 최우선 순위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이 잡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無)섹스, 무(無)루머, 무(無)스캔들의 콘텐츠 구성 원칙의 명품 여성 월간지를 출간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잡지는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하고 외면을 받은 끝에 출간 17개월 만에 폐간되고 말았다.

이 잡지의 흥망은 설문을 활용한 시장 여론조사가 대중(소비자)의 숨겨진 심리와 구매행동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한 달 남짓 남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선전과 선동 등의 홍보활동이 서서히 열기를 달구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사와 여론조사 전문회사, 그리고 각 선거진영에서의 여론조사가 활발해지면서 사전 판세 분석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히틀러의 선전상을 역임한 요한 괴벨스는 "대중은 어리석다. 거짓말은 엄청나게 크게 하라.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다. 개울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하면 대중은 믿어준다. 거짓말은 나쁜 말이지만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며,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은 통계수치이다. 이 숫자놀음은 가장 확실한 효과를 가져 온다"고 말한 바 있다.

괴벨스가 누구인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를 '구원자'혹은 '메시아'로 찬양한 광신자로, 신문을 '부패의 전령', '몰락의 인도자'로 몰아붙여 좌파언론을 폐간시키고 방송을 통폐합하면서 언론을 획일화시킨 장본인 아닌가.

지금이야 인터넷이 있으니 언론사정이 어딘가 약간 그렇다 해도 (유권자)대중은 살아 있고 여론조작은 힘들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은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

살아 있는 대중의 힘은 투표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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