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무산'후 불거진 책임론·자격론
'통합무산'후 불거진 책임론·자격론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03.17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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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청주·청원 통합 무산 이후 6.2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 공방이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그것보다 더 치열한 양상이어서 가관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충북도당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그렇고, 심지어 한나라당의 두 청주시장 후보들까지 각중에 한 방 먹이고, 되받아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본격화될 무산 책임론과 후보들이 제시할 '통합 로드맵'이 함께 거론될 것에 대비한 기선잡기이자 사전포석일 수 있다. 후보자 간, 정당 간 싸움이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고 한층 더 불을 뿜을 것이 뻔해 관전자들은 어찌됐든 눈이 쏠린다.

엊그제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2012년 통합안을 제시한 김동기 청주시장 예비후보의 '일갈'은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책임을 떠안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주요내용이었던 그의 발언은 무산 이후 소강국면이었던 통합 논란을 선거전의 핵심 이슈로 끌어 들였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의 행보는 한나라당 공천경쟁 라이벌인 남 시장을 곧장 링위로 끌어 올려 맞수라는 사실을 일반에 알렸다.

"일방적으로 추진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남 시장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청주시장 자리가 통합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위치이고, 남 시장의 말처럼 어찌됐든 일(통합추진)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딱히 책임을 묻기도 뭐했던 사안이었는데 김 예비후보의 선제공격은 남 시장을 '저울'에 올려 놓은 역할을 했다. 공과를 낱낱이 뜯어 보자는 소리로도 들릴 수 있는데 인지도를 올릴 선거전략이었다면 재미 좀 본 것이다.

자격론을 끄집어 낸 남 시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김 예비후보가 통합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다고 그런 소릴 하냐.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냐. 시민들이 인정하겠냐"며 일갈한 남 시장은 예비후보 등록 시점에서 정확히 짚겠다며 '1라운드'를 끝냈다. 지난 4년 통합을 주도한 남 시장에 대한 비판이고, 이유있는 변명으로 일단락 됐으나 앞으로 벌어질 공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고됐다.

한범덕 민주당 예비후보도 통합을 제1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청원군 후보들보다 시장후보들이 더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양 당사자 중 한축이라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세 번의 통합 실패 사례를 돌이켜보면 시장후보들이 먼저 나서 흥분할 일일까 싶다.

전례로 보면 '청원군'이 전적으로 '키'를 쥐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 확인됐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인데 청주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어찌보면 말싸움에 그쳐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단체장의 입신양명, 정치적 이해 관계로만 접근한다는 비판도 여러 차례 제기된 것 아닌가.

청주시민 90% 이상이 통합을 원해 시장후보들은 핵심 공약으로 내걸 수밖에 없지만, 당선되면 통합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인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도리어 통합을 어렵게 만들었다. 남 시장 역시 취임초에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지만, 곧 달라졌던 것 아닌가.

거듭된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청원' 주도의 통합이 아니라면 또 추진해야 마찬가지가 될 게 뻔하다는 사실이다. 청원군 내부에서 숙고하고, 통합 기운이 살아나는 상황을 기다리든, 차분히 설득하든, 인센티브를 주든 선택할 사안이다. 대통령이 언급했어도 안 될 정도였다면 골 깊은 불신 원인이 뭔가 살펴야할 것 같다. 번지르한 계획을 먼저 내놓을 게 아니라 '청원'의 입장을 경청하는 자세부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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