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앞둔 한나라당이 새겨야할 것들
공천 앞둔 한나라당이 새겨야할 것들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3.16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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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공천(公薦)을 앞두고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속사정이 복잡하다.

이제 겨우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에 들어갔지만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공천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란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과거 악습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당 주변에 팽배하다.

지난 12일 도당 운영위원회에서 이대원 도의장이 청주청원 통합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뒤 도의원들의 반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한나라당 충북도당과 소속 도의원들 간 잠재됐던 불만이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터진 듯한 양상이다.
이로 인해 공천과정에서 반발과 함께 향후 지방선거 판도변화에 중요한 고비가 되고 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갈등은 공천을 앞두고 세종시 원안 고수입장을 보인 도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천 배제설이 끊임없이 나돌면서 개별적인 불출마 선언이나 탈당 등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겉으로 내세우는 도의원들의 불출마 이유는 개인사정이다. 그러나 그 속을 뜯어 보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지역내 정치적 상황과 함께 해당 당협이나 도당 주변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평가다.

군수를 나오겠다던 진천의 장주식 도의원이 정치를 떠나겠다고 했고, 증평의 최재옥 의원도 불출마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이미 불출마를 밝힌 의원들이다. 그러나 왠지 떠나는 모습이 썩 개운치만은 않아 보인다.

청주권의 A의원은 해당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탈당 후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에 입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B의원은 총선 때 다른 후보 편에 섰다는 이유로 이번 공천에서 탈락이 뻔해 무소속으로 마음을 정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대원 의장도 이번 주중으로 청주시장 불출마를 포함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권의 일부 의원들도 거취를 두고 고민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이 공천을 목전에 두고 무척 흔들리는 모습이다.

현재 충북도의원 31명 중 한나라당 의원은 무려 29명이나 된다. 상당수가 재선의원들로 동네 선거에서는 단물 쓴물을 다맛본 '선거의 달인(達人)'들이다.

이렇다 보니 당 주변에서는 "쓸 만한 도의원들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집단반발은 아니지만, 의원들 개개인이 여러가지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공천권력자는 이들이 이처럼 불만을 갖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세종시 수정안 등 현안을 놓고 당론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공천 때를 기다리면서 벼르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계파가 아니라서, 다음 내 선거 때를 생각해서' 후보를 고르려고 하지 않았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그리고 도당 지도력에 문제는 없었는지, 당내에 갈등을 조정해줄 어른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이런 분열은 민주당이나 야당에는 쾌재(快哉)다. 벌써부터 친박연대의 후신인 미래희망연대는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후보들이 서로 나올 경우 선거판세는 뻔하다.

총선에서 나를 도와주지 않은 도의원을 어떻게 공천을 줄 수 있냐는 한 당협위원장의 하소연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치는 화해하고 조정하고 통합을 하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 가능성이 하나라도 높은 후보를 내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번은 지방선거다. 공천권을 쥔 당협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계산보다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한나라당 후보가 누군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공천권은 정당에 있는지 몰라도 최후 선택은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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