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황혼
아름다운 황혼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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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1981년에 제작·개봉된 후 30년이 다되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영화 중 하나가 '황금연못(On Golden Pond)'이다. 마크 라이델(Mark Rydell)이 감독하고 헨리 폰다(Henry Fonda),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제인 폰다(Jane Fonda) 등이 출연해 열연한 작품이다.

영화 '황금연못'은 오랫동안 등을 돌린 채 살아오던 은퇴한 노 교수인 아버지와 사십대의 딸이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지만 '아름다운 황혼'에 더 감동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황금연못'이라 불리는 호숫가의 별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 은퇴한 노 교수 노먼(헨리 폰다)의 아내로 분한 캐서린 헵번의 연기는 '가족의 소중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이라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전하기에 원숙함을 보여준다.

노먼에게 평생의 동반자이자 죽음의 반려자인 믿음직한 아내로 비쳐지는 캐서린 헵번의 연기는 인생 노년기를 차라리 '아름다운 황혼'으로 만들어 놓는다.

영화속 숲 속에서 심장발작 후 고개를 숙인 채 괴로워하는 노먼에게 "당신은 갑옷을 입은 기사예요"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 마지막에 숨을 헐떡이는 노먼에게 "우린 처음 만날 때부터 죽음에 대해 얘기했지만 죽음을 느낀 적은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평생을 함께한 시간만큼 깊어진 진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죽음 자체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어찌보면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애틋한 부부애와 지난 긴 세월이 쌓아놓은 동반자의 정이 인생말년에 더 끈끈해진 '아름다운 황혼'의 극치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지금도 노년기 황혼인생의 아름다움으로 대별되면서 중년은 물론 자신의 노년은 아직도 까마득하게 멀었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에게도 "저런 노년을 맞고 싶다"는 희망을 갖도록 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노부부의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현실에서도 인생 황혼을 아름답게 보내거나 보낸 사람들이 아주 많다.

"재물은 만인이 공유할 때 빛이 난다"는 명언을 남긴 고 이복순(법명 정심화) 할머니는 김밥 행상으로 억척같이 모은 전재산 50억원을 충남대학교에 기증했다.

그의 숭고한 삶이 올해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수록됐다고 해서 화제다. '강아지 똥', '몽실언니'등을 집필하고 책 판매인세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긴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 '유한양행'을 설립 회사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일한 선생과 함께 이복순 여사의 고귀한 기부정신이 소개된 것이다. 아름다운 황혼을 보낸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영화 '황금연못'의 부부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황혼'은 더 많다. 그중에서 오랜 도시생활을 접고 충북 제천 수산면의 한 농촌학교 영어강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유병섭 할아버지(73)의 노년의 삶도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 말년에 귀농한 유 옹은 전원생활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도 있으나 농촌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기꺼이 황혼 인생을 할애한 것이다. 그 자체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황혼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실버사원 모집에 60~80세의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고 한다. 전국에서 2000명 모집에 2만2107명이, 102명을 모집하는 충북본부만도 731명이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루 4시간 근무하고 월 50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 실버사원. 이들의 황혼도 아름답게 보인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노인들도 얼마든지 황혼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다른 공·사기업에서도 실버사원제를 운용해보면 어떨지. 세월이 흘러 어쩔 수 없이 맞을 수밖에 없는 황혼을 모두가 아름답게 보내도록 하는 방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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