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3반 선생님
초등학교 3학년 3반 선생님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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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청원군 노인복지관 관장 신부>
엊그제 청원군 노인복지관 오창 분관과 목령 어린이집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날의 주제어는 빛과 소금이었습니다. 빛은 희망이요 어두움은 절망입니다. 빛은 선이요 어두움은 악입니다. 그런데 빛은 항상 어두움을 이깁니다. 희망은 절망을 선은 악을 항상 이깁니다. 또한 소금은 부패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부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가 부패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에 녹아들어 그 음식을 더 맛깔스럽게 만듭니다.

문득 어린이는 미래의 빛이요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어린이집의 사명이라는 생각 또한 해 보았습니다.

한편 어르신들은 이미 이 세상의 빛이요 소금으로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이제는 당연히 그 대접을 받아야 하며, 이는 시혜가 아닌 그분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분들로 말미암아 우리가 오늘의 이 풍요를 누릴 수 있었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어르신들이 남은 인생을 더욱 더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우리 노인복지관의 의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날 오후 너무나 아끼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 처음으로 보내주신 담임선생님의 가정통신문이 너무나도 감동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저는 아이들이 감 속의 씨앗이 몇 개인지를 셀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감 씨앗 속에 몇 개의 감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아직도 희망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선생님, 아니 스승님이 계시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 주심에 너무나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성경 말씀에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밀알 하나의 가능성, 감 씨앗 하나의 가능성을 보고 그것을 키우겠다는 초등하교 3학년 3반 담임선생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오늘의 절망을 뛰어넘어 내일의 희망을 기약하는 큰 바위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저와 함께하는 우리 목령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청원군 노인복지관 직원들이 그 담임선생님의 원대한 포부를 담기를 희망해 봅니다. 아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모두가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이 간직한 씨앗의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나가기를 바라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이러한 감동을 주신 3학년 3반 담임선생님 당신이 간직한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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