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울리는 헛발질 교육정책
서민울리는 헛발질 교육정책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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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1. 지난달 26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한 교과서 공동 발행제 폐지와 관련한 자료를 내놓았다.

결론은 심각하게도 가난 때문에 교과서를 사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교과서 공동발행제는 지난 1982년부터 시행돼 왔다. 교과서 발행사들이 한국검정교과서에 가입해 교과서를 공동 발행, 공급하도록 한 제도로 사실상 교과서 값을 안정시키고 부실 교과서의 난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돌연 지난해 폐지됐다. 정부가 자율 경쟁 원리를 도입한다면서 관련법의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27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에서 자율적으로 교과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돼 교과서 가격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출판사 출신 국회의원이 있었나. 아니면 로비가 강했나. 그 제도의 폐지배경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바뀐 제도로 출판사들의 배가 부르게 됐음은 자명하다.

박주선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공동발행제 폐지에 따른 부담은 심각하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교 과정에서 정부가 교과서 때문에 새로 부담할 비용은 앞으로 5년간 1조422억원으로 나타났다. 교과서 가격의 인상으로 매년 2100억원씩 정부가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까지는 국민의 세금 몫이니 당장 학부모들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의무교육대상이 아닌 고등학교에선 학부모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전가된다. 고교에서 향후 5년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액수가 무려 7000억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매년 1400억원씩이다.

이런 사정이니 당장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특히 서민 계층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언론들이 신학기를 앞두고 '가난 때문에 교과서 없이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2. 말썽 끝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 올 신학기부터 시행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인기가 높다. 과거 학자금 대출제가 대출 발생 후 매달 이자를 부담해야 했던 것이라면 이 제도는 취업후 일정 소득 발생 시점부터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해 당사자 본인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수혜 대상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학생들로 제한한 것이다. 수능 2개 영역 중 성적이 6등급 이상이거나,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이수 과목 중 절반이 6등급 이상일 경우에만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신청자격을 주도록 제한해 하위권 학생들에겐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학원을 다니지 못하고, 학업에 전념할 여건이 되지 못해 방과 후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한 학생들이 완전히 소외된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들에게 학자금 대출 문호를 막아버린 것은 아니다. 기존 학자금 대출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점이 모순이다. 같은 학자금이면서 한쪽은 고교 때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자 및 원금에 대한 상환 부담 강도가 훨씬 큰 제도를 이용하도록 했다. 그러니 성적을 이유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하지 못한 서민 가정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슨 영문에선지 교과서 공동 발행제를 돌연 폐지해 출판사들의 배를 불려주고, 학생들 나름의 사정은 생각 않고 무 자르듯 학자금 대출 경로를 2곳으로 만들어놓은 정부의 헛발질 교육 정책이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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