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강진군수가 부러운 이유
황주홍 강진군수가 부러운 이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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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독도를 일본에다 내줄지언정 정당공천제만큼은 절대로 못 내놓는다."

지난 17일 민주당을 탈당한 황주홍 강진군수가 언젠가 TV에 나와 한 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위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하늘이 내린 기득권, 공천권에 집착하는 국회의원들을 빚댄 것이다.

황 군수는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이곳에서 되레 그 당적을 벗어던졌다.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정당공천폐지 특위위원장을 맡아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지난해에는 청주에서 열린 토론회에까지 나와 열변을 토해 주목을 받았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배제는 그 당위성에 있어선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안이다.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 모두가 여기에 서명했고 국회의원의 절대다수도 겉으로는 이에 동조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손바닥만한 지방살림을 챙기는 기초자치단체에까지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겠느냐는 자각에서다.

그래서 그동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배제를 요건으로 하는 입법청원 및 발의가 수도 없이 논의됐고 또 실제로 구체화된 적도 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도로아미타불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을 일렬로 줄세우며 물이 좋으면 특별당비 명목의 주머니까지 두둑하게(?) 챙길 수 있는, 보장된 창구를 국회의원 스스로 포기할 이유는 없다.

이에 황주홍 강진군수는 "나 한 사람이라도 옳지 못한 제도에 항의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무소속으로 3선 도전이라는 고난의 길을 택한 것이다. 우리로선 그의 언행일치가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호남에서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은 정치적 자결이나 다름없다. 그와 함께 정당공천배제의 기치를 높였던 전국의 모든 지자체장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각각의 텃밭임을 내세우는 정당공천을 받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게 현실이다.

황 군수의 살신성인이 단발성 충정으로 끝날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단초이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단이 충북에서도 나왔으면...하며 생뚱맞은 생각을 한번 해 본다.

한데 그만한 인물은커녕 마지막 순간까지 잔꾀만을 부리는 정치인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최근 들어 큰 인물이 없다는 지역의 조바심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청주 청원 자율통합 무산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이유는 왜일까?

물론 자율통합을 무산시킨 청원군의회 의원들의 행태는 두고두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반역사적이고 몰가치한 아집과 독선이 지역에 어떤 상처를 남길지는 조만간 현실로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청원군의원들을 질타하기 전에 더 나쁜 군상(群像)들이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밀어붙이니까 마지 못해 통합을 입에 올리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어깃장을 놓는 사람이나, 또 입만 가지고 통합을 건드려 되레 청원군민의 공분만을 불러 일으킨 잘난 책임자들, 특히 지역발전이라는 대의(大義)보다도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타산에만 골몰하며 마지막까지 요설(饒舌)로서 도민들을 현혹한 정치인, 이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실 자율통합 무산의 궁극적인 원흉은 이들이다. 다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서 카멜레온의 처세술을 보인 것을 우리가 잠시 깜빡했을 뿐이다.

어쨌든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입신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소신으로 자율통합을 주창한 정치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굳이 얻은 것이 있다면 이러한 싹수 있는 자존심이 아니겠는가.

하여 이들을 지켜주고 앞으로도 더 키워줘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조금이라도 떨쳐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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