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 청주·청원의 통합에 부쳐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 청주·청원의 통합에 부쳐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18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규호 <문화평론가·전 언론인>
신라의 명문장가 최치원이 지은 토황소격문(討黃巢激文)은 중국 당나라 시절 난을 일으킨 황소(黃巢)가 이 격문을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침상에서 내려앉았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뛰어난 명문장이다.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이 살수대첩을 앞두고 수나라의 장수 우중문(于仲文)에게 지어 보냈다는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역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뛰어난 글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

이 두 명문장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에게는 말 그대로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는 것은 좀처럼 감동을 찾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는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 그 꿈에 감히 도전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게 되는 시점은 19일 아침일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청주와 청원의 통합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호소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그러니까 2010년 2월 19일은 청주시민과 청원군민 모두에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좀처럼 흔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원군의회의 통합 관련 의결이 이루어질 오늘, 청주와 청원지역 주민은 물론 중앙정부와 언론 등의 첨예한 관심이 어쩔 수 없이 청원군의회 회의장으로 모아질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청주와 청원은 원래부터 하나이던 것이 미군정시절인 1946년 청주시와 청원군으로 분리돼 왔다.

청주와 청원의 통합에 대한 논의는 지난 1994년에 이어 2005년 주민 의견조사와 투표 등의 방식으로 시도되었으나 안타깝게 무산된 아픔을 이미 갖고 있다.

그동안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에 대한 찬반논의는 각 입장별로 나름 열정적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문제는 미군정이라는 타의에 의해 굴절된 청주와 청원의 분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역사의식을 청원군의회가 얼마나 제대로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청원군의회와 일부 통합 반대론자의 입장은 적어도 오늘 아침쯤이면 그동안의 논리가 중앙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찌 보면 청원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 왔던 60여 년의 세월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제발 오늘 아침에는 마지막으로 경건한 마음을 되새겨 혹시 대의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반목과 갈등, 그리고 당리당략의 미련일랑 속 시원하게 씻어 버려야 한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 청원군의회 의원들은 자식과 손자들의 희망어린 눈망울을 바라보며 원래부터 하나였던 청주와 청원의 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청주와 청원의 통합을 원칙으로는 찬성하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면 그 결과는 반드시 역사에 허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어차피 통합을 강행한다는 중앙정부의 강제보다는 청원군의회가 스스로 결정해야 옮은 것 아닌가.

을지문덕의 깨우침을 받고도 고집을 피우던 수나라는 살수에서 대패했고, 결국 멸망하지 않았던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