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德談)
덕담(德談)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1.0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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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청원군 노인복지관 관장·신부>
기축년(己丑年)이 가고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종무식과 시무식을 하며 조용히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 해를 설계해 봅니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덕담을 합니다. 덕담의 백미는 건배사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쁨을 외치면 더(+)하고 슬픔을 말하면 빼(-)고 사랑을 외치면 곱(X)하고 고통을 말하면 나누(÷)고' 라는 건배사가 올 해 들은 가장 아름다운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종무식과 시무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복(福)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로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세시 풍속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한 해를 보내며 마지막 지는 해와 새해를 시작하며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한 인파들의 이동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로 복을 빌어주는 모습보다는 자신들의 소망을 비는 모습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만큼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양극화의 심화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더욱 세상을 각박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물질적인 복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물질적으론 풍요롭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 가진 복을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생활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물질은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물질을 소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물질은 서로 향유해야지 소유하려 해서만은 안 되는 것입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물질은 늘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모든 물질을 다 소유하려 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라 하겠습니다.

'복(福)을 빌어주다' 라는 말을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축복(祝福)이라고 합니다. 축복의 의미를 라틴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베네딕씨오(benedictio)였습니다. 이 단어는 좋은(bene)이라는 단어와 말(dictio)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다시 말해 서로 복을 빌어주는 행위는 상대에게 서로 좋은 말을 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축복의 반대는 저주(詛呪)입니다. 저주를 뜻하는 라틴어 단어는 maledictio입니다. 이 단어는 나쁜(male)이라는 단어와 말(dictio)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것입니다. 즉 축복과 저주의 차이는 좋은 말을 하는가 아니면 나쁜 말을 하는가의 차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두세 명이 모이면 서로의 흉을 봅니다. 이는 분명 서로에게 해가 되는 저주가 됩니다. 반면 두세 명이 모여 서로의 좋은 면만을 이야기 하면 그게 바로 축복이 되는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형식적인 말만이 아니라 올해만큼은 진정한 복을 서로 빌어주는, 상대의 단점만을 이야기 하는 저주가 아니라 좋은 면만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축복의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충청타임즈 독자 여러분 정말 올 한 해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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