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조금 더 사랑해줄걸…"
"제자들 조금 더 사랑해줄걸…"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0.01.06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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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교직생활 자서전 준비… 청주풍광초 임흥빈 교장
임흥빈 <62·청주풍광초 교장>
교단 지켜온 삶 '주왕리 신선바위의 꿈'에 담아

"정년을 앞두고 주변을 둘러보니 매일 보던 물건도 낯설게 보이고 가까운 사람도 멀게만 느껴지네요. 내가 돌아갈 자리는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절로 생각나는 걸 보면요."

42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한 채 다음 달 퇴직하는 청주풍광초 임흥빈 교장(62·사진). 그는 40년이 넘는 교직생활 기간 큰 명예도 부도 쌓지 못했지만 칠흑 같은 바닷길을 밝히는 등불처럼 묵묵히 교단을 지켜온 것에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청주상고 졸업 후 청주교대를 진학하면서 교사의 길을 천직으로 삼았던 임 교장은 요즘 퇴직과 함께 발간할 자서전 '주왕리 신선바위의 꿈'에 수록된 수필 등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초임지인 옥천군북초를 거쳐 군 제대 후 부임지인 옥천화성초에서 8년을 근무하며 열정을 쏟던 임 교장의 모습에 지역주민과 학부모들로부터 '임흥빈 학교'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교사로서 가장 보람된 일로 임 교장은 어려웠던 70년대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공장이나 식모살이를 해야 했던 여제자들을 위해 위법인 줄 알면서도 결석처리시키지 않고 졸업장을 건네줬던 일을 꼽았다.

임 교장은 "초등학교 졸업장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당시 제자들에겐 좀 더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끈"이라며"학부모들이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제자로 그는 화성초 근무 시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해 계주 동메달을 딴 장덕기를 떠올렸다. 제자의 전국대회 수상을 계기로 모교인 청원대길초와 교감연수지명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한국교원대부설월곡초 근무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은사인 유성종 전 교육감의 대쪽같은 품성을 흠모하고 닮고자 했던 임 교장은 퇴직을 앞둔 지금은 제자들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백묵가루 마시다 쓰러져 죽어도 좋다'는 신념으로 지내온 교직생활. 그는 후배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인사하면 100% 받아주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임을 잊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학생들에게도 학교 주인으로서 실력을 쌓고, 집 안을 깨끗하게 하고, 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모교인 대길초에서 교사로서 교장으로서 총 8년을 보냈고, 2007년 주성초 개교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던 임 교장은 퇴임 후 고향인 청원 북이면 선암리에서 봉사의 삶을 꿈꾸고 있다.

공자의 말 중에 '제자 나이 30이 넘으면 그 이름이 사방에서 들려와야 한다'는 글귀가 생각난다는 임 교장은 "훌륭한 스승은 내가 잘 가르쳤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제자들이 먼저 알게 된다"며 "제자들에게 어떤 스승으로 기억될까를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럽기 한이 없는 지난 세월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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