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사상 첫 대규모 동지 팥죽잔치
뉴욕서 사상 첫 대규모 동지 팥죽잔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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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팥죽이야?”

22일 뉴욕 KCS 한인봉사센터. 수백명의 노인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동지를 맞은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대대적인 팥죽행사가 열린 덕분이다.

뉴욕불교신도회(회장 김정광)가 주최하고 뉴욕불교사원연합회(회장 원영 스님)가 후원한 이날 이벤트의 이름은 ‘작은 설 자비팥죽 나눔’ 행사. KCS 뉴욕한인봉사센터를 비롯, 플러싱 경로회관, 코로나 경로회관 등 3곳에서 1200명의 노인들이 팥죽을 나눠먹는 흐뭇한 정경이 펼쳐졌다.

동지맞이 팥죽 행사가 이처럼 대규모로 열린 것은 미주한인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불교 신자들의 경우 동지가 되면 사찰에서 팥죽 공양을 하고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이민 생활의 특성상 팥죽을 쑤어 먹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인 노인들은 뜻밖의 팥죽 잔치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미국서 살다 보니 동지를 맞은 줄도 모르고 지나치곤 했는데 올해는 이렇게 팥죽까지 먹으니 너무 좋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플러싱의 김해규 할아버지는 “미국 온 지 20년만에 처음 먹어본다. 팥죽을 먹으니 고향 생각이 간절해진다”고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팥죽을 반긴 것은 한인 노인들만이 아니었다. 한인봉사센터를 이용하는 중국인과 일부 히스패닉 등 타인종 노인들도 한국 고유의 풍습을 함께 즐기며 팥죽을 맛나게 먹어 눈길을 끌었다.

타인종 노인들은 “한국에선 예로부터 작은 설로 불리는 동지를 맞아 궁중에서는 책력(달력)을 만들고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의미로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먹었다”는 뉴욕불교신도회 김정광 회장의 설명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팥죽 잔치를 위해 뉴욕불교신도회는 며칠 전부터 재료들을 마련하고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을 전날부터 빚으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정광 회장은 뉴욕과 뉴저지의 전통떡 전문점 ‘예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년 간 뉴욕한인봉사센터에 오는 노인들을 위해 떡을 제공해 온 그는 이날 최근 뉴욕시 감사원장에 아시안 최초로 당선된 존 리우 시의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김정광 회장은 “이민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민족의 전통문화를 되새기기 위해 동지 팥죽 행사를 열었는데 노인분들이 팥죽을 드시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큰 보람이 느껴졌다. 내년에는 젊은 2세들도 참여하는 팥죽 잔치를 열어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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