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이 길어지면 사람을 잡는다
굿판이 길어지면 사람을 잡는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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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덕현 <본보 편집인>
김재욱 청원군수의 낙마는 과연 청주 청원 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법원 판결 이후 이를 진단하는 보도들이 잇따랐지만 여전히 양비론 내지 양시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진영의 수장이 중도하차함에 따라 통합에 탄력을 받을 거라고 예측하기도 하고, 오히려 청원군민의 반발을 키워 통합이 더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어쨌든 지난 수년동안 지역을 달궈 온 청주 청원 통합문제는, 지금으로선 어떤 절차를 밟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결승점'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설령 통합이 무산되더라도 다시는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바람이다. 지치기도 했거니와 무려 지방자치 2대에 걸쳐 똑같은 공방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식상할 대로 식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적대적 소모전을 펴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인들한텐 미안한 얘기이지만 도지사는 물론 당사자격인 청주시장과 청원군수가 제대로 된 생각만 가졌다면 통합은 이미 성사되고도 남았다. 외지인들에게 청주 청원의 실상을 제대로만 알려주고 백번을 물어 본다 한들 정답은 오직 하나, 통합이다.

통합이 무산되면 남상우 청주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당장 자리를 내놔야 한다. 본인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만큼 그 결과에 대해서도 깨끗하게 책임지는 게 공인된 도리다.

국가 지도자 못지 않게 자치단체장에게 가장 엄중히 요구되는 것은 정책 실패에 따른 사후 책임이다. 말 그대로 권력과 권한으로 밀어붙여진 정책의 실패는 혼자가 아닌 다수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선진국일수록 이에 대한 심판은 더욱 냉혹하다.

이는 선출직들의 도덕 청렴성이나 '열심히 일했다'는 식의 자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전쟁터의 장수가 패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을 내놓으며 자진(自盡)하는 것에 더 가깝다. 이래야 국가 통치자나 자치단체장들이 임기중에 만용을 안 부린다.

그동안 통합에 맞서 청원군이 내세운 대표적 논리는 자체 시 승격이다. 세금이 오르고 혐오시설이 들어선다는 우려는 사실 논란의 소지를 안는다고 하더라도 자체 시승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 없다.

청주시를 360도 빙 둘러싸고 있는 청원군이 또 하나의 시로 승격될 리도 만무하거니와 그렇게 해야 군민이 살아 남는다는 강변 역시 허허롭기만 하다. 지구 상에 이런 형태의 도시구조가 있는지, 있다면 과연 두 도시의 병존(竝存)이 가능한지 역으로 묻고 싶다. 이따위 혹세무민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 곧 충북의 한계라면 부인하겠는가.

이제 명분없는 싸움을 접을 때가 됐다. 무당이 굿을 벌일 때 신내림이 늦어져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자기가 먼저 자지러지면서 실성까지 한다. 통합도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이 저주의 공방이 길어지면 자칫하다간 사람을 잡는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물어 그 결과를 따르면 그만이다.

명분없는 굿판이 길어지는 경우가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세종시 푸닥거리다. 충청인을 설득하겠다고 혈안이 된 그들을 바라 보노라면 어느덧 굴욕감이 엄습한다. 이래도 되는 건가. 대안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잘난 사람들이 충청인더러 어리석다고 연일 훈계하기에 바쁘다.

그나마 충북은 대전 충남과 비교해 설득에서도 소외됐다고 한다. 하기사 뱃속까지 내보이며 헤벌쭉 아부하는 사람들만 넘쳐나고 있는데 어디 윗분들의 안중에 충북이 들어오겠나.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제멋대로 휘둘리는 세종시 굿판이 혹여 여러 사람을 잡아 먹지나 않을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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