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일상 글로… 수필로… 글쓰는 선생님
아이들의 일상 글로… 수필로… 글쓰는 선생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12.09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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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말랑말랑한 찰떡을

영하 20℃ 냉동실에 얼린다.

시어머니와의 어정쩡한 거리도

식구들 자질구레한 뒤치다꺼리도

투명한 얼음껍질로 감싼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냉동실 안은 그대로이다.

갈참나무 향기 머금은 버섯은

숲을 그리며 잠들어 있고

해풍에 말린 남도 굴비는

여전히 고향바다를 꿈꾼다.

가끔 편두통이 심할 때면

아내는 냉동실 문 열어

연한 햇고사리 흥얼대는

노래 한 소절 끄집어낸다.

옆구리 비비고 앉은 곶감이

가을 별빛 한 자락 들썩인다.

그 맘쯤이면 얼었던 찰떡이

어느새 다시 말랑말랑해진다.'

-박천호 냉동실연가

같은 언어를 구사해도 맛갈나게 내뱉는 이들이 있다. 세종대왕의 한글 사랑과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이 합쳐져서인지 교단에 서는 교사들 가운데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꽤 있다. 시집 '냉동실 연가'를 발간한 청주 분평초 박천호 교감과 수필집 '풀 향기 산을 넘다'를 세상에 선보인 청주흥덕초 정부래 교장이 대표적이다.

평생을 학교 울타리안에서 생활하는 교사들에게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나 깔깔대는 웃음소리, 칠판에 적어놓은 낙서조차 교사 작가들에게는 훌륭한 글감이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처럼 시어가 교사 작가들의 머릿속에서는 섬처럼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 박천호, 시인으로 살아가기

영동 출신인 박천호 시인은 지난 1994년 창조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석순 문학, 영동문학, 내륙문학, 충북글짓기 지도회, 마음을 가리키는 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시인은 시집 '이별 없는 이별', '아내와 컴퓨터', '강아지 풀을 뜯으며'에 이어 올해 4번째 시집 '냉동실 연가(채움·115쪽·7000원)'를 발간했다. 떠나온 고향을 떠올리는 마음의 공간으로 시골에서 보내준 떡, 고사리, 곶감 등이 보관된 냉동실을 시집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시집에는 고향풍경 등 총 61편이 실려 있다.

박 교사는 "발령이 날 때마다 시인이 온다니까 같이 근무하게 될 직원들이 무척 궁금해했다"며 "시인이라면 적어도 흰눈썹에 도포자락 휘날리며 황소타고 휘적휘적 들어설 줄 알았는데 평범한 모습에 시인이 맞나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박재삼 시인이 가정부에게 읽히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작품을 완성한 것처럼 고향처럼 푸근하고 따듯한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 정부래, 수필가로 살아가기

충북 청원이 고향인 정부래 수필가는 1990년 '시와 시론'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등단했다.

그는 첫 수필집 '새벽의 미학'에 이어 올해 2집 '풀 향기 山을 넘다(이노파트너스·214쪽·1만2000원)를 출간했다. 풀 향기 없으면 인생의 희열도 없듯 풀 향기를 만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정 작가는 풀 향기는 곧 스쳐가는 삶의 여정이요 인간다워지려는 노력의 결실이라며 책 제목을 아예 풀 향기 산을 넘다로 정했다.

이번 저서에는 세상이 웃음의 층계라면 슬픈 정도는 기억할 필요가 없으리,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살 수 있는 것은 개똥벌레였다, 풀 향기처럼 저 산을 넘고 싶었다, 세상을 반듯하게 세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뿐이다 등 총 4부로 나눠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교단에 섰던 교사라는 이름으로, 한 여인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온 저자의 삶에서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담은 48편의 수채화 같은 작품이 담겨 있다.

저자는 교단문학회, 글짓기지도회, 청주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충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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