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신
정치 불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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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교수 신부>
언제부터인지 정치 불신이라는 말이 아주 익숙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선거공약을 비롯하여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그 어느 하나도 믿을 수 없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4대강 살리기와 대운하 공방, 약속이니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거나 백년대계이니 수정해야 한다는 세종시와 관련된 논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찬반양론, 어제 끝난 10.28 보궐선거의 투표율 등의 기저에는 분명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하겠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를 결코 믿어서는 안 되는 어떤 존재로 낙인찍어 버렸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뢰를 보냈다가 역시나 하는 결과에 실망을 거듭하면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입니다.

이제는 정치가 변해야 합니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해도 믿음의 정치가 가능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좋은 제도이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제가 목장에서 양을 훔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양을 훔친 벌로 그 도둑 형제의 이마에 양 도둑(sheep thief)의 약자인 S.T를 낙인으로 찍어 버렸다고 합니다. 형은 이러한 모욕을 참을 수 없어 다른 마을로 도망가서 자신을 감추어 가며 살아보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이마의 두 글자가 무슨 뜻이냐고 캐물었고 형은 그때마다 커져가는 모욕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마을로 도망을 갔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이마에 찍힌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이곳저곳을 떠돌던 형은 그 모욕을 참지 못하고 타향에서 비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한편 동생은 "내가 양을 훔친 사실은 내가 딴 곳으로 달아난다 해도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 남아서 내 이웃과 나 자신에게 다시 정직과 신용을 되찾도록 노력해야 하겠다"하고 결심을 합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수모와 모욕을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동생은 자기의 과오를 뉘우치고 더욱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그가 노인이 되었을 때 양 도둑이라는 죄는 점점 사라지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게 됩니다.

어느 날 그곳을 지나가던 낯선 사람이 노인의 이마에 새겨져 있는 글자의 뜻을 그 동네 토박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글쎄요, 나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글씨는 성인(saint)의 약자일 것입니다"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사람들을 위한 많은 제도들이 있습니다. 정치라는 제도 역시 사람을 위한 제도인 것입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불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국민을 위한 참된 제도로써 그 신뢰를 회복해야만 합니다. 양 도둑이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처럼 불신의 정치도 믿음의 정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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