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와 제사
한가위와 제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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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수한 <청원군노인복지관 관장·신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지속된 경기침체 가운데 맞이하는 이번 한가위는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또한, 어려운 이웃들은 소외감에 더욱더 쓸쓸한 한가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해봅니다. 그래도 혼자 사시는 노인께 전해달라며 생필품을 들고 복지관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곤 하는 요즈음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명절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제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사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공통분모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고고학이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이 유물을 찾아 나섭니다. 세상에는 많은 유적이 있지만, 그 유적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제단이라고 합니다.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이 산 흔적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제단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단은 바로 제사를 올리는 상이며, 제단이 있다는 것은 제사를 바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제사를 바치며 그 대상은 누구인가

우리가 아는 제사의 의미는 첫째로는 하늘에 대한 경외이며 둘째로는 조상에 대한 기억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 대상은 당연히 하늘과 조상이 된다 하겠습니다. 하늘에 대한 경외는 종교(宗敎)를 통해서, 조상에 대한 기억은 종가(宗家)를 통해서 이어지게 되는데 근본 혹은 으뜸을 의미하는 종(宗)은 바로 제사를 지내는 집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자어 가운데 보일 시(示)자가 들어가면 제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풀이해보면 제단(T) 위에 제물(-)을 바치면 복이 내린다(八)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제사 때 우리의 근본인 하늘과 조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제사를 통해 우리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또한, 이와 연결하여 우리의 뿌리인 조상님들은 이러한 삶을 사셨는데 그 후손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것이 제사인 것입니다.

그러나 반성으로만 끝나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반성은 내일의 실천으로 연결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제사를 드리는 마지막 이유는 미래의 설계인 것입니다. 훌륭한 조상님들의 후예답게 결코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결심, 바로 미래에의 설계가 제사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사는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우리의 뿌리를 돌아보고 현재의 삶은 그에 비추어 어떠한지를 반성하며 이를 통해 미래를 계획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한가위는 축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축제란 맘껏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자와 지금 살아있는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고 슬픔과 기쁨이 하나로 체험되면서 미래의 희망까지 포함하고 있기에 다른 곳에서는 결코 느껴보기 힘든 소중한 체험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어른들은 자식과 손자들에게 옛날의 기억들을 회상하여 들려주어야 합니다. 과거에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또한 현재 우리 가족은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목표를 향하고 있는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사상 앞의 교육일 것입니다. 과거를 생각하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한가위 대축제가 되시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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